野 “확인 안 된 얘기들” 반발… 與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하자”

배민영 2023. 8.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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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의원’ 19명 실명 거론 파문
검찰, 영장심사 법정서 언급
野·거론 의원, 법적대응 방침
檢, 윤관석 구속 후 첫 소환
실명 거론 野 의원들 “있을 수 없는 일”
박광온 “근거 제시 땐 당 입장 밝힐 것”
與선 “체포동의안 부결 野 사과해야
여전히 모르쇠·부인으로 일관” 비판

더불어민주당 2021년 5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돈봉투를 수수한 현역 의원 19명의 이름을 법정에서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당사자들은 허위사실이라고 강력 부인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지난 4일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두 차례의 국회사무처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현재까지 특정된 수수 의원들의 실명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윤 의원에 대해 영장심사를 한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의혹으로 현역 국회의원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반면 이 의원의 구속 여부를 판단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 및 피의자의 관여 경위와 관여 정도, 피의자의 지위, 법원의 심문 결과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성만 기각·윤관석 구속 ‘엇갈린 희비’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이성만(왼쪽)·윤관석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구속됐고, 이 의원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제원 선임기자
윤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최대 19명의 현역 의원에게 각각 300만원씩 든 봉투를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공여자’다.

검찰이 이들에게 돈봉투를 직접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윤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수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대 20일인 윤 의원의 구속수사 기간 동안 수수 의원 명단을 확정하고 송 전 대표의 지시·관여 여부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윤 의원을 구속 후 처음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윤 의원을 상대로 국회의원들에게 돈봉부틀 전달한 경위를 비롯해 전달 시점과 장소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25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공직선거법·정당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제출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돈봉투 살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송 전 대표의 지시·관여 여부가 확인되는 대로 송 전 대표를 소환조사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보도에서 실명으로 등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있을 수 없는 일”,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기사화”, “검찰과 언론이 유착해 여론재판을 시도하는 것”, “검찰과 언론의 횡포”라고 격앙된 표현을 써 가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해당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의원들의 실명을 특정했느니 등 확인 안 된 얘기들이라고 저는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다”며 “분명한 근거에 의해서 (돈봉투 수수 의혹이) 제시될 때 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돈봉투 의혹이 민주당 쇄신의 시작이었다”며 “낮은 자세로 원칙과 상식대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대응은 당 최고위에서 논의하겠지만, 확실한 건 민주당은 내로남불과 온정주의로 국민과 멀어지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도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선 누누이 강조했던 것처럼 절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은 하지 않겠다”며 “국민 눈높이를 기준으로 당의 입장을 정했고, 저희 행동도 이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이에 맞서 여당은 총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지금이라도 만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함께 서명하자”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압박했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끝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돈봉투 같은 부정부패 범죄에 대한 수사도 ‘야당 탄압’이라고 우기면서 버틸 작정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대표는 윤 의원 구속에 대해 “범죄 혐의의 소명이 충분하고 죄질도 나쁘다는 사실을 법관이 인정한 것”이라며 “사안이 이렇게 중한 것임에도, 불체포특권을 남용해 윤 의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부결시킨 민주당은 그 정치적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돌려 매표 행각을 벌이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퇴영을 거듭하고 있으면서 자신이 ‘진보’라고 우기니, 언어도단”이라면서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야당 탄압’이라고 외치고 있으니, 위선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뉴시스
또 윤 의원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무소속 이 의원에 더해 “돈봉투에 연루된 민주당 의원 19명도 불면의 밤이 더욱 깊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표를 향한 불체포특권 포기 압박은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에 대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의원의 구속도 부끄럽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돈봉투를 받은 19명 의원의 명단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고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명단을 본 국민께선 ‘우리 지역구 의원’, ‘제1야당 의원’이 파렴치한 범죄 행위에 연루됐다는 생각에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할 국회의원들이 되레 ‘검은돈’을 주고받고, 또한 이로 표를 몰아주는 사실상의 매표 행위에 가담했다는 것만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돈봉투를 주고받은 구체적인 상황까지 제시했는데도, 여전히 해당 의원들은 모르쇠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각종 부정부패 사건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던 윤미향 의원, 김남국 의원, 구속된 윤관석 의원까지 모두 처음에는 모르쇠로 나오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의 구속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정당민주주의를 더럽힌 이들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입버릇처럼 소설, 검찰 조작을 외쳤지만, 법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창작 소설은 법원에만 가면 이렇게 구속의 범죄 사실이 된다”고 맹폭했다.

유경민·조병욱·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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