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예금금리 4% 시대… 대출금리 동반 상승 우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 연 4.04%
시장금리 상승 및 유동성 규제 완화로 자금조달 부담↑
예금금리 상승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은행권 예금금리가 다시 연 4%대로 올라섰다. 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 움직임에 저축은행에서도 4%대 예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수신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동시에 예금금리 인상이 은행 조달비용을 증가시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기예금(12개월) 상품 가운데 최고금리가 연 4%를 넘는 상품은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4.10%),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4.02%),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4.00%) 등이다. 같은 날 KB금융·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0~3.85%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연 3.45~3.71% 수준이던 금리 상·하단이 0.1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이 오르자 저축은행에서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04%로 한 달여 만에 다시 4%대에 진입했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예금상품 342개 중 58%인 198개가 연 4% 이상 금리를 주고 있다. 최근 HB저축은행은 연 4.50% ‘회전정기예금’을 내놨다. 그 외 OK저축은행의 ‘OK e-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은 연 4.41%, JT저축은행은 ‘비대면 회전식 정기예금’은 연 4.30%를 제공한다.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한 배경은 은행권이 채권 금리가 올라가며 예수금을 통한 자금조달에 공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채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새마을금고가 채권을 대량 매도하며 일시적으로 채권 금리가 올라간 후 미국 기준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4.06%로 나타났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 3월 말부터 5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유지했다가 지난 6월 4%대로 올라섰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그동안 완화했던 유동성 규제가 이달부터 강화하는 점도 예금금리를 끌어올린 유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때 은행의 자산 활용을 늘리기 위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85%까지 낮췄지만, 지난달부터 올해 말까지 95%, 100%까지 끌어올리는 등 순차 정상화할 예정이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예금·국공채 등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이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 자금시장 경색으로 105%까지 올렸던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 역시 지난달 100%로 정상화됐다. 예대율 규제를 준수하며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은행들이 고금리 예금상품을 속속 출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예금금리 상승이 은행의 조달비용을 증가시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금금리는 은행 변동형 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으로 이어진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에 따라 이를 반영해 오르거나 내린다.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70%로 전월(3.56%)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는 지난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어 4%가 넘는 예금상품이 더 늘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와 같이 5~6%대 고금리 예금상품이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최근 예금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 인상이 결국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차주들의 부담은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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