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야구' 찾아 롯데 온 싸움닭, '팀 노히터' KBO 역사에 이름 남기다... "상승세 위해 왔다" 자신감 허언 아니었다

부산=양정웅 기자 2023. 8.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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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롯데 애런 윌커슨이 6일 사직 SSG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 애런 윌커슨이 6일 사직 SSG전에 나서고 있다.
애런 윌커슨.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후반기 '필승카드'로 기대를 모으던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34)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한국 무대 3경기 만에 리그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

윌커슨은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 7이닝 무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KBO 리그 3경기 만에 첫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윌커슨은 1회부터 최지훈과 최주환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이후로도 SSG 타자들은 좀처럼 1루에 나가지 못했다. 전날 연장 승부에서 9득점을 올렸던 SSG 타선은 6회까지 타순이 두 바퀴가 도는 동안 윌커슨을 상대로 아예 출루를 하지 못했다.

잘 던지던 윌커슨은 0-0으로 맞서던 7회 초 첫 고비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추신수에게 1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볼 3개를 연달아 던지며 볼넷을 내준 것이다. 퍼펙트 행진이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처음으로 주자가 나간 SSG는 희생번트와 외야 플라이로 2사 3루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리그 OPS(0.953) 1위 최정이 들어섰다. 안타 하나면 노히트는커녕 무실점 투구마저도 무산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윌커슨은 침착하게 승부를 이어갔다. 먼저 2스트라이크를 잡은 그는 5구째 체인지업을 통해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롯데 애런 윌커슨(맨 오른쪽)이 6일 사직 SSG전에서 7회 초를 마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4일 휴식 후 95구를 던진 윌커슨의 투구는 7회가 마지막이었다. 롯데는 8회 수비에서 셋업맨 구승민을 등판시키기로 결정했다. 결국 윌커슨은 노히트 호투에도 노 디시전으로 물러났다. 롯데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8회 말 대타 윤동희의 적시 2루타로 천금 같은 점수를 얻고, 구승민과 김원중이 2이닝을 잘 막아내면서 합작 노히트를 완성했다.

팀 노히터는 KBO 리그에서는 공인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41년 역사에서 단 두 번만 나온(2014년 LG, 2022년 SSG) 대기록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 기록의 주연은 단연 윌커슨이라고 할 수 있다.

윌커슨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분위기 반전을 노리던 롯데의 선택을 받고 한국행을 택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롯데와 총액 35만 달러(연봉 25만, 옵션 1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전임자인 댄 스트레일리(35)가 올 시즌 경기당 5이닝 정도를 던지는 데 그치며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리자 롯데는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빅리그 시절의 애런 윌커슨. /AFPBBNews=뉴스1
애런 윌커슨의 NPB 시절 투구 모습. /사진=한신 타이거스 홈페이지 갈무리
윌커슨은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등판했고, 통산 볼넷도 2.5개로 안정적인 제구력과 과감한 승부 근성을 보여줬다. 실제로 그는 "8000m를 날아가는 홈런이 볼넷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싸움닭의 면모를 보였다. 여기에 일본프로야구(NPB) 경험도 큰 자산이 됐다. 최근 한국은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데, 윌커슨은 입단 직후 "일본에서도 (이런 날씨를) 경험해봐서 비슷한 것 같다"며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윌커슨은 한국에 '리얼 베이스볼'을 찾아왔다. 그는 "이곳(KBO 리그)은 '진짜 야구'를 하고 있다"며 "트리플A에서 로봇 심판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다시 진짜 야구를 하는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애런 윌커슨(오른쪽). /사진=롯데 자이언츠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윌커슨은 선발승을 챙겼다. 이어 지난 1일 사직 NC전에서는 비록 노 디시전으로 물러났지만 6이닝을 소화하며 선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이어 3번째 등판에서는 역사에 남을 기록의 주연으로 자리매김했다. 6일 경기 후 윌커슨은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내 이름이 그런 곳에 올라갈 수 있어서 영광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5강 싸움을 위해 윌커슨을 영입한 롯데. 그는 입단 당시 "상승세를 위해서 여기 왔다"며 "4등, 3등으로 더 치고 올라갈 수 있게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비록 팀은 이날 경기 전 기준 후반기 들어 승률 0.286에 그치며 5강권과 멀어지고 있지만, 윌커슨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여전히 승부의 끈을 붙잡을 수 있다.

롯데 애런 윌커슨이 6일 사직 SSG전 종료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롯데 윌커슨이 6일 사직 SSG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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