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었다 하면 체하는데…이게 위장병이 아니라고? [헬스노트]

천선휴 기자 2023. 8.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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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에도 불구 원인 몰라…'꾀병' 취급당하기도
신체증상장애, 심리적 요인일 경우 치료방법 없어
ⓒ News1 DB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아, 또 체했네." A씨는 무얼 먹기가 겁난다. 먹었다 하면 체하는 통에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항상 망설여진다. 심할 때는 소화제마저도 목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위 내시경을 받았더니 위에 염증이 조금 보여 약 처방을 받아 먹어도 봤지만 도통 나아지질 않았다.

A씨는 대학병원에서 다시금 종합검진을 받아봤지만 역시나 몸의 어떤 곳도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의사는 조심스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했다.

"소화가 안 되는데 웬 정신건강의학과?"라며 의아했지만, 의사 권유대로 검사를 받은 A씨는 '신체증상장애'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았다.

몸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로 고통받다 뒤늦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신체증상장애 진단을 받는 환자가 많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국내 종합병원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외의 진료과 초진환자들 중 증상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1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병원을 갈 정도로 몸이 아파도 뚜렷한 원인을 모르고 발길을 돌리는 환자가 10명 중 1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신체증상장애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 등재돼 있는 질환이다.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들과는 달리 초기 발현 증상이 신체에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는 신체의 모든 장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근육통 △구토 △소화불량 △식도 이물감 △과민대장증후군 △얼굴 화끈거림 △무기력감 △어지럼증 △생리불순 △성기능 이상 등 소화기계, 신경계, 비뇨생식기계 등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증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내과, 신경과 등 여러 과들을 돌고 돌다 진단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가지 이상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이 증상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고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때 △증상 관련된 생각과 염려가 지속적일 때 △한 가지 신체 증상이 지속되지 않더라도 증상 상태는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신체증상장애로 진단한다.

박형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질환은 연구가 잘 안 되어 있고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아 수년간 고생하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꾀병 취급을 당하는 억울한 일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 News1 DB

신체증상장애의 원인은 크게 생물학적, 심리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통증을 받아들이는 신경계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다. 자극에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조절돼야 하는 신경계가 자극이 매우 적거나 없는 경우에도 통증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땐 관련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을 조절하는 치료를 한다.

하지만 신체증상장애는 대부분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메뉴’에 한국 문화 특유의 질병으로 분류됐던 '화병(Hwabyeong)'이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 경우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이 통증으로 유발된 불안이나 우울감, 불면증 등 2차적인 증상에 대한 치료가 들어간다. 더불어 심리 상담 등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치료를 권한다.

박 교수는 "신체증상장애는 흔히 '신경성'이라고 말하는데 치료제는 딱히 없다"면서 "통증으로 동반되는 2차적인 증상을 치료하고, 환자에게 심리 상담 치료를 권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신체증상장애로 인한 심리 상담 치료에 들어갔을 때는 무엇보다 ‘의사를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믿을 만한 의사 한 명에게 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개인 고유 성향, 환경, 행동 패턴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쌓여 온 심리적 갈등이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상담에서 편히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면서 "다만 신체 증상에 함몰되지 않고 의료진을 믿고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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