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부품·기술로 탄생한 ‘전차 킬러’ 현궁, 세계최강 우뚝[밀리터리 월드]
사거리 2.5km 이상에 관통력 900㎜ 넘어
전차 사거리 밖에서 일방적으로 공격 가능
숱한 실패·외부 의혹 이겨내고 동급최강 개발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초기에 러시아 기갑부대를 막아낸 것이 바로 2억원대의 미국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이다. 2㎞ 밖에서 전차의 취약 부위인 상부를 공격해 파괴하는 미사일이다. 미사일 1발로 40억원을 상회하는 러시아전차를 잡아내고, 단 1명으로 운영이 가능해 '우크라이나의 성자'로도 불린다. 이 재블린보다 뛰어난 백발백중의 성능과 파괴력, 가격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대전차무기를 대한민국도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끈다.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전투기, K-239 다연장 로켓 천무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미 K-방산의 주역으로 주목받으면서 수천발이 해외로 수출되었고, 현재 22개국 이상과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인 무기체계인 바로 대한민국의 현궁이다.
■현궁 전차와 보병, 천적관계를 바꾼 게임체인저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현궁은 동종 세계최강 대전차 무기로 2015년에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도 8년이 지난 올해 7월에야 국과연에서 개발종료회의를 열게 된다. 본지는 현궁의 영광 뒤에 어떠한 시련이 있었는 지 뒷얘기를 짚어보려 한다.
현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의 구성품 모두가 국산품이라는 점이다. 현재 K-방산의 대표적 수출품목인 전차, 장갑차, 공격기는 엔진 등 일부가 수입 완제품으로 해외로 수출할 땐 원 제작국가의 수출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 나라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제3국에 수출·판매를 할 수 없다. 하지만 현궁은 대한민국이 해외 판매에 완벽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특히 현궁은 전차와 보병이 천적관계를 바꾼 지상전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현궁의 개발 총괄은 ADD, 유도탄 체계 개발 및 생산은 LIG넥스원, 발사대 개발 및 생산은 한화에서 맡았다.
대부분의 무기는 상대방 무기에 맞춰 창과 방패의 발전 양상과 같이 그 성능을 강화하는 도전과 응전방식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웬만하면 천적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면 기갑의 천적은 항공이고, 항공의 천적은 미사일 등 대공방공망 체계인 구도는 변하기 어렵다.
방산개발관련 전문가인 우리방산연구회 송방원 대표는 "현궁의 등장은 기존 보병 대전차무기로는 전차 대응이 불가한 구도를 깬 무기 체계"라고 강조하고 "대전차무기는 전차로부터 보병을 방어하는 최후의 수단이었을 뿐 최근까지도 대대급 보병화기인 90mm 무반동총이 사거리 400m에 관통력은 (균질압연장갑판 기준=RHA, Rolled Homogeneous Armour) 300mm, 연대급 화기인 106mm 무반동총도 사거리 1km에 관통력은 겨우 400mm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1억 대전차미사일로 40억이상 전차 잡는 뛰어난 가성비
이 정도의 제원으론 적 전차가 사거리 안쪽에 들어올 때까지 노출되지 않도록 은폐, 엄폐하에 숨어있어야 하고 정확히 맞춰도 파괴되기는 커녕 외부에 스크래치만 약간 줄 뿐 파괴하지 못하는 반면 사격할 때 발생하는 후폭풍으로 사수의 위치는 노출돼 적 전차의 포탄이 즉시 날아온다. 목숨 걸고 전차와 싸운다는 표현보단 그냥 적에게 목숨을 내놓는 셈이란 얘기다. 더구나 현대의 전차는 초기형에 비해 반응장갑, 능동방어체계 등으로 방어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해 왔다.
그나마 보병 사단급에 대전차무기로 사거리 3㎞, 최대 1000mm를 관통하는 토우가 있긴 하지만 1개 사단에 1개 중대 규모뿐이고, 사단 전 지역을 커버할 수도 없다. 적 전차에 대해선 제병, 합동에 의한 공군과 육군항공, 포병전력에 의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보병이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변변한 무기는 제한되었다.
현궁은 기본적으로 사거리가 2.5km 이상으로 전차 사거리 밖에서 발사한다.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방식으로 조준하고 방아쇠만 당기면 미사일 스스로가 전차를 찾아간다. 사수는 곧바로 다른 곳으로 회피 이동할 수 있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파괴력도 막강하다 주탄두 관통력이 900mm를 상회해 웬만한 전차의 장갑을 뚫는다. 여기에 탠텀단두를 적용해 선구탄두가 반응장갑을 걷어내고 주탄두가 주장갑을 관통해 전차를 파괴한다.
거기에 탑어택 방식을 적용해 전차의 장갑이 가장 얇은 상부 타격이 가능해 현궁 한 발이면 적 전차 한 대를 잡을 수 있다. 만일 실전에서 적 전차가 방어하면 다시 한 발 더 쏘고 추가로 한 발 더 쏘는 방식으로 1억원짜리 미사일 두세 발이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전차를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현궁은 전차사거리 밖에서 쏘기 때문에 서로 치고받는 형태가 아니라 현궁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전차는 일방적으로 방어하는 모양새를 갖는 절대강점을 지닌다. 보병입장에서 전차는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충분히 해볼 만한 존재가 된 것이다.
다만 전차는 여전히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수단임에 분명하기에 전차와 보병의 일방적 천적관계가 변했다는 것뿐이지 전차무용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도전적 목표로 첨단 기능 구현
현궁의 앞부분엔 미사일의 눈에 해당하는 탐색기는 전차가 발산하는 열을 탐지해 추적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게 항공기 탐지보다 더 어렵다. 하늘에선 인위적으로 열을 발산하는 것은 비행체밖에 없기 때문에 열을 추적하면 그것이 항공기다. 하지만 지상에는 자동차, 건물, 굴뚝 등 열을 내고 심지어 태양열을 받은 아스팔트 도로도 상당한 열을 발산하는 등 많은 발열체가 존재한다.
이 많은 열원 중에서 전차를 골라내야 한다. 때문에 현궁에서는 전차의 열 이미지를 추적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런데 이 이미지는 전차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전차의 정면에서 포착한 형태와 측면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전차가 기동 간에 나무나 건물 등에 가려지는 경우에도 전차의 열 이미지는 변화무쌍하게 변화한다. 정차한 전차의 경우도 위치와 고도의 변화에 따라 형상은 다양한 형태로 변한다. 그만큼 독자적인 이미지 추적기술 개발도 절대 쉽지 않았지만 이것을 결국 국내 기술로 개발해 낸다.
현궁에 탑재된 탐색기가 전차의 열을 검출하려면 소자 자체가 영하 170도 이하로 떨어져야 하고, 전차가 나타났을 때 바로 사격해야 하므로 불과 수초 이내에 영하 170도까지 급속히 냉각되어야 한다. 그래서 탐색기 안에는 J-T 냉각기가 들어있다. 이것도 어렵게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궁의 동체 중간에는 탠덤 탄두를 구성하는 선구탄두탄체와 주탄두탄체가 있다. 앞쪽에 있는 선구탄두체는 반응장갑을 기폭시켜 먼저 제거하고 뒤에 있는 주탄두가 전차의 장갑을 뚫게 된다. 여기서 주탄두는 900mm의 관통력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탄두의 관통력은 직경이 커질수록 강력해진다. 하지만 현궁의 경우는 휴대용으로 개발돼 직경을 키우는 데 제한이 있었다. 개발 당시엔 일반적으로 충전 탄두체 직경대비 7배(7CD, Charge Diameter) 수준이었던 관통력을 9배(9CD)로 높이려는 도전을 시도해 성공했다.
현궁을 비롯한 미사일은 대부분 장기간 보관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방전되는 일반적인 전지를 사용할 수 없어 방전되지 않으면서 필요시 전력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특수한 열전지를 사용한다. 열전지는 기술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몇몇 선진국의 독점물로 전량 모두 수입산이었다. 현궁 개발과정에선 이것마저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궁의 후미의 사출모터는 현궁 사격 시 � 소리와 함께 발사관 밖으로 쏘아 미사일을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잠시 후 화염이 뻗어 나오면서 날아간다. 이른바 소프트 런치로 실내에서도 사격이 가능하도록 하며 후폭풍 발생에 의한 아군 위치 노출과 피해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 이 기술도 국내에선 현궁 개발 과정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성공한 도전적 기술 개발 사례다.
현궁 개발 과정에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러한 모든 것을 최적화해서 집어넣어야 하는 유도탄 체계 설계다. 연구진은 개발 기간 내에 0.1mm의 길이와 0.1g의 무게와의 사투를 벌인 끝에 개발에 성공한다.
개발 초기부터 수많은 시제품을 제작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한 연구진은 개발 후반부에야 극적으로 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개발 과정서 시련과 아픔, 기술적 어려움 아냐
그런데 현궁 개발자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이러한 기술적 난관에 부닥친 어려움이 아니었다.
개발 과정에선 잦은 감사가 있었다. 탄두의 관통력 기준이 잘못되었다는 의혹과 국방과학연구소 소형전술차량 수정계약 과정에서 단가를 부풀렸다는 의혹, 현궁 시뮬레이터 개발을 둘러싸고 계약 근거가 없었다는 감사, 현궁과 K21장갑차의 연동계획이 없다는 감사, 방사청이 합참과 협의해야 할 양산 탄 수량 문제까지 많은 감사가 이어졌다.
2014년엔 개발업체와 국과연, LIG넥스원의 관련자는 금품 수수와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2015년에 수사를 위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수사진행과정에서 현궁 개발책임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개발과정에 뇌물이 오가지 않았고 해당 입찰이 개발에 악영향 준 것이 없이 시험 절차가 완결되었으며, 단지 발주처는 계약상 오해가 있었고 그것을 조정한 것이라 행정처분으로 끝날 일이었다.
2017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위 사건으로 기소된 ADD 및 LIG넥스원 연구원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전부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2018년 6월 19일 대법원은 기소된 관련자 전원의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감사의뢰로 인한 의혹 제기는 모두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그로 인해 수년간 국과연과 방산업체 개발자들은 힘든 시기를 보냈다.
방위사업 관련 전문가 그룹에선 방위사업은 무기체계 소요 제기에서 기획, 예산 집행, 사업관리, 품질관리에 이르기까지 정부 주도의 획득 사업인 만큼 K-방산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는다.
한 군사 전문가는 본지에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이며, 합리적 정책 수립과 방위사업 수행간 발생하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의지와 K-방산이 나아가는 길에 불합리한 정책과 제도는 적극 개선하고 갑질과 불이익에는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정부는 제대로 방위사업을 이끌고, 방산업체는 세계로 뻗어나가며, 국민이 방위사업을 믿고 지지할 수 있는 역동적인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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