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집에 갔던 파노니, 두 번 퇴출은 없다? 그런데 ‘슈퍼 마리오’가 고민이다

김태우 기자 2023. 8.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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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입단 이후 좋은 활약을 펼치며 KIA 마운드의 핵심으로 떠오른 토마스 파노니 ⓒ연합뉴스
▲ 파노니는 지난 겨울 KIA의 선택이 잘못 됐음을 증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좌완 토마스 파노니(29)는 시즌이 끝난 뒤 다소 당황스러운 소식을 들었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무난하게 재계약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들려온 소식은 재계약 불가였다.

파노니가 재계약을 기대한 건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파노니는 합류 이후 14경기에서 82⅔이닝을 던지며 3승4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성적까지는 아니어도 ‘안정적’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성적이 증명하고 있었다.

평균 구속이 아주 빠른 건 아니지만 9이닝당 볼넷 개수는 2.61개로 많지 않았고, 경기당 평균 6이닝을 소화했다. 구속이 아닌 결과로 말하고 있었던 셈이다. 신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100만 달러)에 메이저리그에도 투수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선수를 다시 구한다는 100%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KIA는 지난해 마지막을 함께 한 파노니와 션 놀린보다는 더 강한 구위를 가진 선수를 찾기로 결정했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모험이었다. 그렇게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가 영입되며 파노니는 쓸쓸히 한국을 떠났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 제안을 받지 못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뒤 트리플A부터 과정을 거치는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KIA와 인연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메디나, 앤더슨의 불안한 투구에 위기를 느낀 KIA가 다시 파노니와 접촉한 끝에 계약서를 내밀었고, 파노니는 한국행을 택했다. 그리고 재입단 이후 여전히 좋은 기량을 과시하면서 올해는 재계약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파노니는 합류 후 4경기에서 22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 중이다. 5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지친 불펜을 구하는 6⅔이닝 10탈삼진 3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첫 2경기는 한국 무대에 다시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면, 제약이 사라진 그 다음 2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힘을 냈다.

▲ 파노니가 지금의 활약을 이어 간다면 내년에는 재계약 골인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 최근 2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한 마리오 산체스 ⓒ연합뉴스

지난해와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수직 및 수평 무브먼트가 조금씩 더 좋아진 것이 트래킹 데이터에 잡힌다. 김종국 KIA 감독 또한 파노니에 대해 “적응력이 더 나아졌다고 본다. 후반기에 로테이션을 돌면서 본인도 힘들어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그래도 6이닝은 꾸준하게 던져줬다”고 떠올리면서 “작년보다 더 좋아진 게 커터가 더 힘 있게 들어온다. 포심과 거의 궤적이 비슷하다. 포심도, 커터도 무브먼트가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칭찬했다.

5일 파노니의 공을 받은 베테랑 포수 김태군 또한 보이는 것보다 공에 더 힘이 있다고 칭찬했다. 평균 시속 140㎞ 중반대의 공이라 물리적인 구속이 그렇게 빠른 건 아니지만, 구속 이상의 힘이 있다는 것이다.

김태군은 “구속에 비해 조금 더 확 와 닿는 게 있다. 여기에 커터가 있다”고 했다. 절대적으로 빠른 공은 아니니 눈에 보이니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가는데 움직임이 좋으니 범타나 헛스윙을 많이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 파노니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지난해 7.95개에서 올해 9.27개로 더 좋아졌다. 파이어볼러급 탈삼진 능력이다.

올해 외국인을 모두 바꿨다가 크게 고전한 KIA다. 파노니가 이런 활약을 한다면 내년 외국인 투수 한 자리는 일찌감치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확실하게 검증된 카드 한 장을 안고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차이가 크다. 다만 고민은 다른 지점에 있다. 역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첫 등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슈퍼 마리오’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마리오 산체스(29)의 부진이다.

대만 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로 활약하다 KIA의 부름을 받은 산체스는 첫 등판이었던 7월 9일 kt전에서 6⅓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대활약하며 기대를 모았다. 7월 21일 두산전에서 4실점하기는 했으나 6⅔이닝 10탈삼진으로 위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진이다. 1일 삼성과 경기에서 4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진 것에 이어 6일 광주 한화전에서도 4⅓이닝 5피안타 4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또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 난조를 보이고 있는 산체스 탓에 고민에 빠진 KIA ⓒ연합뉴스
▲ 외국인 교체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산체스의 부진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산체스 또한 구속이 그렇게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공에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슬라이더‧커터‧스위퍼‧체인지업 등 던질 수 있는 공도 많다. 하지만 2S 이후 승부에서 다소 고전하고 있고, 상대 타자들이 장점을 읽으면서 결정구가 맞아 나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KIA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가 남은 팀이다.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버텨야 후반기 대반격을 도모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의리가 아시안게임 일정에서 빠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파노니는 물론 산체스까지 자기 몫을 해야 버틸 수 있는데, 한 선수라도 삐끗하면 불펜 부담이 커지고 막판 일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직 5경기 성적이기는 하지만 산체스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6.49로 퇴출된 메디나(6.05)보다 나을 게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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