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수공장 시찰에 '무기거래' 의혹 증폭… 안보리서 다룰까

노민호 기자 2023. 8. 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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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로 확인되면 대북제재 결의 위반… 러시아에도 '치명타'
"'결정적 증거' 확보가 먼저… 美, 예방 차원 여론전 벌일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3~5일 대구경방사포탄 생산 공장을 비롯한 중요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6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최근 주요 군수공장 시찰 사실을 공개하면서 러시아와의 '무기거래'설(說)과의 연관성에 대한 대내외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3~5일 사흘간 대구경 방사포탄과 전략순항미사일·무인공격기 발동기(엔진) 생산 공장 등 주요 군수공장들을 현지 지도하고 "국방경제사업의 중요 방향"을 제시했다.

김 총비서는 과거에도 군수공장 시찰에 나선 적이 있지만 이처럼 날짜를 특정해 여러 곳의 공장을 잇따라 둘러본 건 전에 볼 수 없었던 행보란 게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방경제사업'이란 용어 또한 이전엔 쓰인 적이 없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지난달 2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 현장을 둘러본 뒤 이번 군수공장 시찰이 이뤄진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북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 제70주년 경축행사 참석을 위해 지난달 25~27일 사흘간 북한을 방문했으며, 무장장비전시회 관람 외에도 김 총비서와 함께 열병식을 참관하고 북러 국방장관에도 임했다.

이 같은 쇼이구 장관의 방북 행보를 두고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판매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래 전쟁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부족해진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공급받았다는 의심을 받아왔으며, 최근엔 북한제 포탄 등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반입된 정황이 외신 보도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북러 양측은 이 같은 무기 거래 의혹을 부인해온 상황이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북러 간 무기거래가 사실로 최종 확인될 경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차원의 추가 제재 논의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006년 채택된 안보리 제1718호는 유엔 회원국들을 상대로 △탱크 △장갑차 △대구경 대포 △군용 항공기 △공격용 헬기 △전함 △미사일 또는 미사일체계 등 이른바 '7대 무기'의 대북 수출입을 금지했고, 2009년 제1874호와 2016년 제2270호에선 소형 무기 및 경화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 및 관련 물자로 그 대상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지난 1월20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전달하는 정황을 포착한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특히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란 점에서 이 같은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북한과 무기를 거래해온 게 사실로 확인된다면 향후 외교활동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따른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 때마다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함께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같은 이유로 북러 양측이 무기거래 의혹을 끝까지 부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현 상황에선 오히려 의도적으로 무기거래 정황을 숨기려 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무기거래를 기정사실화하면 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른 추가 제재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2년간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로 활동했던 에릭 펜턴 보크 전 조정관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북제재위 차원에선 북러 간 무기거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보리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면 일단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올 1월 러시아 용병단체 바그너그룹이 열차를 이용해 북한으로부터 로켓포 등 재래식 무기와 탄약을 지원받는 정황이 담긴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북러 양측은 부인했다.

따라서 안보리에서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다뤄지려면 북러 양측 모두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가 제시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만 박 교수는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북러 간 무기거래 의혹에 관한 미국의 여론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대외정책엔 예방적 차원에서 일부 정보를 활용하는 특징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북러 간 무기거래 의혹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증거 등이 확보될 경우 독자 대북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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