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이 죽기보다 싫어, 차라리 맞자” 3년 연속 10승 에이스, 괜히 막내 구단 새 역사가 된 게 아니다
[OSEN=잠실, 이후광 기자] KT 구단 최초 3년 연속 10승 기록 뒤에는 볼넷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고영표(32)의 스트라이크 본능이 있었다.
고영표는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1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10승(5패)째를 챙겼다.
고영표는 최근 1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피칭을 선보이며 3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다. 이는 종전 윌리엄 쿠에바스(2019~2020), 배제성(2019~2020),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2020~2021)를 넘어선 KT 구단 최초 3시즌 연속 선발투수 10승이었다.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3년 연속 10승이) KT 최초 기록이라고 들었는데 그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좋은 투구를 하다보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물론 이렇게 기록을 달성하게 돼 기분이 좋고 팀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영표는 이날 최고 140km의 직구(43개) 아래 체인지업(44개), 커브(15개), 슬라이더(1개) 등을 곁들여 두산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6회 호세 로하스의 2루타와 김재환의 진루타로 처한 2사 3루서 아쉬운 폭투로 한 점을 내줬을 뿐이었다. 이후 7회 강승호의 볼넷과 허경민의 우전안타로 2사 1, 3루 위기에 처했지만 정수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완성했다.
다승은 크게 의식하지 않은 고영표. 그러나 퀄리티스타트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퀄리티스타트 기록은 의식한다. 그게 내 임무다”라며 “항상 마운드에서 빠른 카운트로 승부해서 적은 투구수로 긴 이닝을 막는 걸 목표로 한다. 올해 목표는 퀄리티스타트를 20번 이상 하는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퀄리티스타트 기록에 욕심을 부리는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고영표는 “퀄리티스타트 이상을 하면 감독님 입장에서 계산이 설 수 있다. 중간투수들도 2이닝만 마무리 지으면 승리할 수 있다.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라며 “후배들에게도 또한 도망가는 투구보다 적극적인 투구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라고 순기능을 짚었다.
이어 “내가 10승을 달성했지만 승리는 내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난 승리가 아닌 다른 것을 쫓는다. 기록을 보면 10승보다 더 좋은 지표가 많다. 이닝, 볼넷/삼진 비율 등 재미있는 기록이 많으니 이런 부분으로도 인정을 받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고영표는 이날 호투로 WHIP(1.00), 퀄리티스타트(16회) 1위, 평균자책점 3위(2.44, 토종 1위), 다승 공동 4위(토종 1위), 이닝 4위(125⅔이닝, 토종 2위) 등 각종 투수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정교한 제구를 앞세워 125⅔이닝 동안 볼넷을 단 11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그 중 1개는 고의4구다.
고영표는 “볼넷이 죽기보다 싫다. 타자들이 걸어 나가는 게 싫다. 그래서 차라리 맞자는 생각이다”라며 “오늘도 오랜만에 볼넷을 줘서 아쉬웠는데 앞으로는 볼넷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볼넷을 주면 수비수가 지치고 실점이 올라간다.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게 바로 볼넷이다. 따라서 볼넷을 줄이다보면 자연스럽게 팀 실점이 떨어져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바라봤다.
작년 11월 태어난 아들 또한 고영표가 열심히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이유다. 그는 “가족이 많은 힘이 된다. 아이를 보면서 힘들 때 힘이 난다. 좋은 경기하고 아이 사진을 올리면 팬들도 많이 좋아해주신다. 그래서 더 동기부여가 된다”라고 밝혔다.
KT 선발진은 에이스 고영표를 필두로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엄상백, 배제성이 릴레이 호투를 펼치며 팀의 기적 같은 반등을 이끌었다. 선발야구가 살아나자 6월 초 –14였던 승패마진이 불과 두 달 만에 +5가 됐다.
원동력을 묻자 “선수들이 앞에서 잘 던지면 나도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보니 우리 팀은 최근 6이닝을 못 던지면 못했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힌다. 후배들 모두 ‘형이 그렇게 만들어놨다’라고 이야기한다”라고 웃으며 “그게 바로 시너지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발 투수들도 적은 투구수에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팀이 반등했다. 선발투수들에게는 좋은 의식이다”라고 흡족해했다.
고영표에게 끝으로 남은 후반기 목표를 물었다. 그는 “우리 팀은 순위 의식을 안 한다. 매 경기, 그리고 내일에 집중한다. 순위를 의식하면 마음이 쫓기고 급해진다”라며 “항상 목표는 1위이지만 각자 위치에서 하던 대로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하면 된다. 나 또한 그렇게 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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