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우리밀 나올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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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이란 단어야 낯설지 않지만 실제 우리밀로 만든 음식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밀은 외국산 밀에 비해 가격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인데, 문제는 판매가 잘되지 않고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니, 결국 농민 입장에서는 밀을 많이 재배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밀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작물이지만 국산 밀, 즉 우리밀은 너무 낯선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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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이란 단어야 낯설지 않지만 실제 우리밀로 만든 음식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길거리 여느 빵집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보더라도 프랑스산 유기농 밀로 만들었다는 말이 더 자주 보이는 지경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번에 한살림에서 국산 쌀·밀·콩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산 곡식을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식당·가게를 표시한 지도를 만든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공유지도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니, 사람들의 먹거리 선택의 기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좀더 많은 사람이 이런 정보들에 관심을 두고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제분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밀가루 소비량은 2022년 기준으로 36㎏이다. 2022년 통계청 조사 결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평균 56.7㎏이니, 과연 밀은 우리 국민의 제2의 주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밀 자급률은 1% 미만이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이 외국산이다. 우리밀은 외국산 밀에 비해 가격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인데, 문제는 판매가 잘되지 않고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니, 결국 농민 입장에서는 밀을 많이 재배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용도에 맞게 재배해, 구분하여 제분하고 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우리밀의 품질이 들쑥날쑥하고 취급하기 어렵다는 오해가 생긴 게 이런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밀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어떤 사회구조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까. 밀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작물이지만 국산 밀, 즉 우리밀은 너무 낯선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적어도 자급률을 높이는 식량안보의 측면에서 농민이 우리밀을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도록 직불금이나 수매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 경기 양평군에서는 지역에서 오래도록 키워오던 ‘양평참밀’ 종자를 발굴해 품종 특성을 연구하고 상업화하기 위한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양평 우리밀 문화행사를 통해서는 우리밀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지역 농가와 양조장, 아이스크림 가게 등과 협업해 다양한 우리밀 먹거리를 선보였고 여러가지 밀 품종 전시는 물론이거니와 경관작물로서의 밀밭의 아름다움도 느끼게 해줬다.
우리밀 수확기라 그런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토종 우리밀농사를 짓는 농가와 지역에서 종종 햇밀 관련 소식도 전해준다. 충남 논산의 농가와 지역의 작은 제빵소가 함께 한 ‘2023 작은햇밀파티’, 밀에서 빵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제주 햇밀워크숍’, 서울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해마다 열리는 ‘햇밀장’ 등 사람들이 우리밀과 밀농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작은 연결고리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또 많지 않긴 하지만 갓 빻은 우리밀로 빵을 만들어 파는 작은 빵집도 생겨나고 있다.
구조적으로 밀의 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밀을 키우는 농민과 밀이 자라는 땅, 그리고 밀을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까지 연결되는 드넓은 관계망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드넓은 다양성이 살려낸 우리밀의 새 미래를 기대해본다.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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