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시장 공략하라고 종자 내줬더니 한국 역수출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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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2015년 개발한 국화 '백강'은 우리나라 화훼 종자 수출 역사상 가장 많은 로열티를 받는 품종이다.
우리가 '백강'을 베트남에 수출한 이유는 로열티 실적에 더해, 일본시장을 공략하도록 함으로써 일본에서 우리 품종의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복안도 있었다.
게다가 국화 재배농가들은 이같은 역수입 사태를 우려해 종자 수출계약 발표 이전부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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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보호, 통관 더 엄격히 해야
농촌진흥청이 2015년 개발한 국화 ‘백강’은 우리나라 화훼 종자 수출 역사상 가장 많은 로열티를 받는 품종이다. 지난해 베트남 현지 적응을 거쳐 올해 7년간 3억여원의 사용료 계약에 성공했다. 베트남은 최근 부상한 화훼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연중 선선한 중부 고원이 꽃 재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습도가 높아 국화의 대표 질병인 흰녹병에 약한 게 단점인데, 흰녹병 저항성이 큰 ‘백강’은 이런 베트남에 딱 맞는 품종이다. 우리가 ‘백강’을 베트남에 수출한 이유는 로열티 실적에 더해, 일본시장을 공략하도록 함으로써 일본에서 우리 품종의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복안도 있었다.
그런데 이 ‘백강’이 우리 뒤통수를 쳤다. 현지 내수용에 세계시장을 노리게 할 목적으로 보낸 종자가 ‘그레이스’로 이름을 바꿔 달고 한국에 역수출된 것이다. 농진청이 전용실시권 계약에 담은 ‘현지에서 생산된 것은 현지 판매’ ‘그 외 국가로 수출 시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을 것’ 등의 조건은 무시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역수입을 당국은 몰랐고 국화 재배농민들이 농진청을 찾아가 항의를 하고서야 알려졌다는 점이다. 수출입업체들의 비도덕성도 문제지만 계약 관리와 통관 과정에서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이 사태에 화훼농가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하다. 국내엔 들여오지 않기로 하고 공급한 품종이 수입돼 유통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 몫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화 재배농가들은 이같은 역수입 사태를 우려해 종자 수출계약 발표 이전부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고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그레이스’는 국내산 ‘백강’으로 상자 갈이를 할 수도 있었다.
농진청은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품종보호권 침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등 법적 조치를 취하고 어떤 경로로 수입됐는지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역당국도 식물 검역 시 바이러스 검사와 함께 유전자 검사까지 실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원예분야에서 국산 종자의 해외 진출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결과물이 또 ‘백강’과 같이 국내시장을 교란하지 말란 법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품종보호권 관련 국가간 원칙을 다잡고 통관도 더 엄격하게 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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