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올랐는데 재배면적은 줄었다
감자·마늘 등 주요 농작물도
값 큰폭 등락·경영비 상승 탓
농사포기·농업이탈 많이 발생
농가 경영안전망 확충 급선무
최근 20년 사이 콩과 고추 재배면적이 40%가량 감소하는 등 주요 작물의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이들 농산물 가격이 올랐는데도 재배면적이 감소한 건 경영비 상승에 농산물 가격도 해마다 들쭉날쭉해 농가가 경영을 포기한 탓으로 분석됐다. 농가 경영안전망을 확충해 농업 이탈을 막지 않으면 정부가 공언한 ‘굳건한 식량안보’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S&J 인스티튜트가 2005년 이후 주요 작물별 재배면적과 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가격이 오르는데도 재배면적은 줄어드는 기현상이 관찰됐다.
콩은 2020∼2022년 평균 가격이 2005∼2007년 평균 대비 72.6% 상승했는데도 이 기간 재배면적은 36.2%나 줄었고, 고추는 가격이 39.3% 올랐는데도 재배면적은 44.3% 감소했다. 감자·마늘·참깨도 가격은 올랐지만 재배면적은 각각 16.7%·20.2%·33.4% 줄었다.
원인은 불확실한 영농 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산물 가격의 추세적 상승과는 별개로 해마다 가격은 큰 폭으로 등락하고, 인건비와 경영비는 꾸준히 상승하면서 농가는 농사지어도 돈이 남을지 셈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이런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할 정책 수단은 사실상 단수 감소를 보전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이 전부고, 수입(收入) 감소와 가격 하락에 따른 완충장치는 부재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농업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GS&J 인스티튜트는 “향후 10년간 고령농의 은퇴와 맞물려 농업 이탈은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이는 다양한 먹거리를 적정 가격에 조달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식량안보에 위협이 됨을 의미한다”고 했다.
정부도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 쌀값 폭락에 따른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정부는 대안으로 ‘농가경영 안정 프로그램 도입’을 제시했다. 하지만 농가별·품목별 실제 수입·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할 때 이를 완화하는 장치를 만든다는 구상 외에 구체적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농가의 수입 손실분을 보험 방식으로 보장하는 ‘농업수입보장보험’ 확대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내걸긴 했지만, 개별 농가의 실제 수입 파악에 난항이 예상돼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GS&J 인스티튜트는 가격위험완충제도를 우선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미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PLC)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쌀을 포함한 주요 품목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차액의 85%를 보전하는 내용이다. 농가를 가격위험으로부터 보호하되, 기준가격은 실질 평년가격(쌀은 산지가격, 쌀 이외는 도매가격)으로 설정해 인위적 가격 지지는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수입보장보험과 달리 품목별 도매가격 자료만 있으면 곧바로 시행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험이 아니라 보전 방식이어서 농가의 부담이 적고 미국에서 수십년간 운영되며 효과가 증명된 것도 장점이다.
당장 내년 농사를 걱정하는 농가에 가격위험완충제도라는 응급약을 처방한 뒤 다층적인 경영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게 GS&J 인스티튜트의 주문이다. 미국에선 가격 하락을 보전하는 PLC 외에 수입 감소를 보상하는 농업위험보상제도(ARC), 단수 감소에 대응한 민간 보험과 정부의 대재해보험(CAT)·비보험작물재해지원프로그램(NAP) 등이 촘촘한 경영안전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현재 논의되는 다양한 대안의 현실성·필요성·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농가경영 안전장치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가격위험완충제도를 우선 도입한 뒤 작황 변동 위험을 보호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을 확대하고 이후 수입보장보험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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