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원 무기화’에 정부, 국내 생산 검토… 기업들은 난색

권오은 기자 2023. 8.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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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가 공세에 갈륨·게르마늄 생산 중단 10년
마그네슘도 국내 생산 중단… 99% 수입 의존
금속 관련 전공 입학자 3년새 1000명 줄어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차세대 전력 반도체의 필수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고 나섰다. 정부는 자원 무기화에 대응해 핵심 광물 비축량을 확대하고 국내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채산성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생산 전환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오성홍기와 주기율표의 갈륨과 게르마늄 원소. /로이터·연합뉴스

7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제품 10여개를 수출 제한 대상으로 지정하고, 수출 시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국내 기업들에 당장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지만, 2011년 ‘희토류 파동’ 때와 같이 언제든지 공급망 불안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의 중국 의존도가 크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게르마늄 수입량은 1404톤(t)이다. 이 가운데 94.9%(1332t)가 중국에서 들어왔다. 갈륨도 올해 상반기 수입량(1347t) 가운데 56.3%(759t)가 중국산이었다.

◇ 고려아연, 갈륨·게르마늄 국내 생산 접어

갈륨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의 필수 소재다. 게르마늄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와 태양열 제품 생산에 쓰인다. 정부는 수출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갈륨과 게르마늄 비축량을 확대하고, 국내 대체 생산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생산한 경험이 있다. 아연 정광(精鑛·불순물을 1차 제거한 광석)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차례대로 추출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2000년대 초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을 생산했다. 연간 생산량은 갈륨 8t, 게르마늄 2t 수준이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2013년 이후 갈륨과 게르마늄 생산을 중단했고, 2017년에 아예 관련 설비를 매각했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어서였다. 갈륨 가격은 2010년 ㎏당 5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중국 내 생산능력 확대와 경기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2016년 ㎏당 115달러까지 추락했다.

갈륨 가격은 지난해 들어 ㎏당 500달러를 넘어서고, 이달 현재도 ㎏당 342.5달러에 거래되면서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핵심 광물을 보관하는 전북 군산비축기지. /한국광해광업공단 제공

국내 생산을 위해선 비용뿐만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도체 제조공정과 자동차 경량화에 쓰이는 마그네슘도 국내 생산에 실패한 사례다.

포스코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마그네슘 국내 생산을 추진, 2012년 강원 강릉시에 마그네슘 제련 공장을 지었다. 당시 포스코는 추가 투자를 진행해 마그네슘 생산능력을 연간 10만t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13년 마그네슘 제련 공장에서 발암물질인 페놀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이듬해 사업을 접었다.

금속업계 관계자는 “광물을 1차 가공·제련하는 공장이 중국에 집중된 것도 노동집약적이고 오염물질도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는 엄격한 환경 규제 등이 있어, 생산을 위해서는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러면 또 중국산에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는 딜레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인력 수급도 어려워... 정책적 지원 필요

전문 인력 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재료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가 조사한 금속공학, 신소재공학, 재료공학 고등교육기관 입학자 수는 2020년 8492명에서 2021년 7824명, 2022년 7465명으로 감소세다. 필수 광물의 국내 생산을 위해선 연구·개발(R&D) 확대부터 인력 양성까지 종합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2월 ‘국가 핵심 광물 수급 위기 대응 및 공급망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2030년까지 핵심 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50%대로 낮추고, 국내외 자원 개발과 재자원화(리사이클링)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내 수요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도 지원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생산을 위해서는 정부가 세액공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급 등 초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가 전략적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자국 내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국내 생산 여건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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