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새 주역’ 중소기업들이 3.3조 수출했다
2013년 설립된 중소 화장품 회사 코스알엑스는 올 상반기 매출 1930억원을 올렸다. 6개월 만에 작년(2043억원)과 맞먹는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민감 피부를 위한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이 업체는 미국·동남아·유럽·중국·일본 등 146국에 진출했다. 또 아마존·쇼피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미국 유통업체 얼타(ULTA)·왓슨(Watson)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입점해 있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을 작년 2배인 4000억원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 K뷰티 열풍에 우리나라 중소 화장품 회사들도 가세했다. 중소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넘어 미국·유럽·일본·동남아시아·중동 등 새로운 시장에서 K뷰티 붐을 이어가고, 수출을 이끄는 것이다. 대기업 화장품 회사들이 해외에 K뷰티를 알리며 터를 닦아 놓았고, 이를 발판으로 해외 현지 시장과 소비자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중소 업체들이 강점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수입국 1위에 오르는 데도 중소 화장품 업체들의 공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중소 화장품 브랜드
화장품은 올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의 가장 큰 효자 품목이었다. 지난 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중기 화장품 수출은 13% 증가한 25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중기 수출 품목 1위에 올랐다. 중국 수출은 16.6% 감소했지만, 미국(4억달러) 21.9%, 일본(2억9000만달러) 1.3%, 러시아(1억8000만달러)에선 62.6% 증가했다.
‘조선미녀’ ‘마녀공장’ 등 중소 화장품 브랜드는 가파른 성장세다. 벤처기업 구다이글로벌이 운영하는 브랜드 조선미녀는 2020년 매출 1억원에서 2021년 30억원, 지난해 4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매출 2000억원이 목표다. 쌀 추출물을 이용한 대표 제품 ‘맑은쌀선크림’은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2012년 설립된 화장품 기업 마녀공장 역시 지난해 매출 1018억원, 영업이익 247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거뒀다. 토너(피부 결을 정리하는 화장수) 제품을 내세워 일본에서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거뒀다. 지난 6월에는 코스닥 시장에도 상장했다. 이 외 롬앤, 티르티르, 3CE 등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 있는 브랜드로 꼽힌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 성공 비결은 해외 시장을 면밀하게 파악한 뒤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제품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시세이도 같은 유명·인기 브랜드는 수십 년간 변한 게 없다 보니 청년층에게 ‘어머니 세대가 쓰는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한국 화장품은 최신 트렌드를 곧바로 반영해 인기가 많다”며 “인터넷에서 ‘색이 조금만 더 옅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면 몇 달도 안 돼 이를 반영한 신제품이 나오는 식”이라고 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마케팅 역시도 인기 비결이다. 2010년 설립된 화장품 업체 위시컴퍼니는 2013년부터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자사 화장품 브랜드를 소개하는 영어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채널 구독자는 6일 현재 186만명에 달한다. 위시컴퍼니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인 매출 304억원을 올렸다. 마녀공장 큐텐·아마존 등 일본 온라인 쇼핑몰 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효과를 봤다.
◇ODM 기업도 덩달아 신바람
중소 화장품을 위탁 생산하는 한국콜마·코스맥스 같은 ODM(제조자 개발 생산) 업체들도 덩달아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 기업들은 코로나로 인한 중국 봉쇄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중소 화장품 브랜드 수출이 급증한 덕에 올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5~20% 증가할 전망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가 워낙 뜨거워, 2025년에는 일본 현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국 시장에 의존해 온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들은 여전히 부진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상반기 매출이 1조8591억원으로 작년보다 1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9.3% 급감한 702억원에 그쳤다. LG생활건강은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4914억원, 3038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0.5%, 22.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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