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없는 소양강에도 녹조… “오염물질 탓”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유입된 오염물질 못 빠져나가
3일 오전 강원도 인제대교 아래로 흐르는 소양강은 온통 초록빛이었다. 녹조가 소양강 상류인 인제대교부터 번져 있었다. 강 주변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주민 송모(42)씨는 “이런 녹조와 악취는 처음”이라고 했다.
섭씨 38도를 웃도는 폭염(暴炎)이 이어지며 최근 소양강 상류의 녹조가 심각하다. 여름철 녹조는 주로 낙동강 상류에서 발생했고, 한강 상류인 소양강에선 잘 생기지 않았다. 6일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이번 녹조의 원인은 올여름 장마 때 춘천·인제 지역에서 소양호로 흘러든 오염 물질이 지목된다. 보통은 장마 때 오염 물질도 쓸려 내려가 녹조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강원도에 한두 차례 비가 퍼붓고 더는 내리지 않아 오염 물질이 유입되기만 하고 쓸려 내려가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소양강 상류엔 댐이나 보(洑)가 없다. 이번 소양강에서 녹조가 퍼진 구간은 소양강댐에서 28~32km 떨어진 상류 지점이다. 야당과 환경 단체에선 ‘4대강 사업’이 끝난 2013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낙동강 녹조의 원인으로 ‘보가 물을 가두면서 유속(流速)이 느려진 점’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 소양강에는 댐과 보가 없는데도 심한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환경 단체 주장과 어긋난다. 녹조는 녹조의 먹이가 되는 인·질산을 포함한 오염 물질, 높은 수온, 강한 햇볕 등 세 가지가 만나 생성된다. 이번 소양강 녹조는 이 조건만 갖춰지면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자연현상이란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녹조 대비의 핵심은 하천으로 오염 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유속 저하가 녹조를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보 때문에 녹조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울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4대강 사업’ 전후 10년씩 4대강 보 16곳 수질 변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 13곳에서 수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으로 추진한 하수 처리 시설 600여 곳 확충 등으로 하천에 유입되던 오염원이 줄면서 수질이 좋아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수질이 악화한 세 보(상주보·낙단보·구미보)는 오염원 방지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이 세 보가 있는 낙동강 상류의 수질 악화는 보 건설보다 일대 가축 수 증가가 더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낙동강 상류 지역의 소·돼지는 2012년 89만마리에서 2021년 103만마리로 약 14만마리(15.7%) 늘었다. 반면 분뇨 처리 시설은 늘지 않으면서 나대지에 쌓아둔 가축 분뇨가 그대로 하천에 유입됐다. 이것이 녹조 발생의 핵심 원인이란 분석이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오염 물질이 하천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지류·지천까지 정비해 녹조를 대비하는 식으로 물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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