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171억 중 아이들 야영장엔 129억만… 조직위 운영에 740억

원선우 기자 2023. 8. 7. 03: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잼버리 예산 사용처 보니…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린 물 웅덩이 위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는 사진/ 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캡처

폭염·폭우에 대비한 기초적인 제반 시설 미비로 파행을 빚은 새만금 세계 잼버리 주최 측이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허투루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6일 제기된다.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등 주최 측의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총 사업비는 1171억여 원이다. 이 중 조직위원회 인건비 등 운영비로만 740억원 넘는 돈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화장실·샤워장 등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129억원을 썼다. 국민의힘은 “잼버리 예산 1000억원의 사용처가 의심된다”며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에 따르면 2018~2023년 잼버리 준비 기간 예산은 1171억1500만원이다. 국비 302억원, 전북도 등 지방비 418억원 등 세금 720억원이 들어갔다. 나머지는 자체 수입(400억원)과 옥외 광고 수입(49억원) 등으로 충당했다. 이후 추가로 정부·지자체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231억원이 투입됐다. 이를 합하면 총 사업비는 1402억1500만원이다.

야영지 떠난 영국 대원들은 명동 나들이 -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현장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6일 오후 서울 명동을 지나다가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영국은 잼버리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400여 명이 참가했으나 폭염 등을 피해 지난 5일부터 순차적으로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서울의 여러 호텔에 나뉘어 머물고 있다. /남강호 기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항목은 조직위 운영비였다. 740억원이 인건비 등 운영비로 지출됐다. 잼버리 사무국 조직위는 각종 실무팀만 30개로 총 인원은 117명이다. 여기에 정부지원위(30명), 실무위원회(19명), 조직위(152명), 집행위(21명) 등 상위 기구와 전북도 등 지방정부 조직까지 합치면 비대한 행정 조직 운영에만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갔다.

반면 잼버리 행사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235억원), 야영장(129억원), 직소천 활동장(36억원), 대집회장(30억원) 등 현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설비에는 조직위 운영비(740억원)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들어갔다.

애초 2017년 세계 잼버리 유치 확정 당시 총 사업비는 491억원이었지만, 2020년 12월 사업비는 846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당시 전북도는 잼버리 부지의 상·하수도 시설, 그늘 등 기반시설 확충과 일종의 본행사 예행 연습인 ‘프레잼버리’ 사업비 증액을 이유로 들어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정인성

하지만 예산 증액 사유였던 프레잼버리 사업은 2022년 7월 취소됐다. 코로나 확산을 문제 삼았지만 실제로는 폭우로 인해 잼버리 부지가 진흙투성이가 되는 등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고 폭염 대비 시설이 미비해 야영이 불가능했다는 점이 그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그후 1년이 지난 올해 5월과 7월에도 프레잼버리 취소 원인이었던 폭우로 인한 잼버리 부지 침수가 또 발생했다. 침수 문제 등을 해결한다고 예산을 두 배 가까이 늘렸지만 같은 문제가 2년째 반복된 것이다. 그럼에도 공동조직위원장인 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지난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침수 대책을 위해 국비를 투입해야 한다”며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이 6년간 조직과 예산 확대만 주장하는 동안 간척지인 새만금 야영장의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공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전북도는 2021년 야영장 기반시설 공사 업체를 선정하겠다며 긴급 입찰 공고를 냈다. 공사 예상 기간만 2년에 기반 시설 공사의 70%를 담당할 업체가 잼버리 개최를 1년 9개월 남겨둔 시점에서도 선정되지 않은 것이다.

8월 3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장 수돗가에서 더위에 지친 대원들이 수돗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여가부·전북도 등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이유로 외유성 출장에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세계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 명목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6박 8일 출장을 갔다. 인터라켄, 루체른, 밀라노, 베니스 등 관광 명소가 포함됐다. 정작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세계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다. 같은 해 12월 전북도 공무원 등은 호주 스카우트연맹을 방문한다면서 호주로 출장을 갔고, 2019년엔 여가부와 전북도 공무원들이 제24회 세계 잼버리를 참관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에 다녀왔다.

그럼에도 국내 참가자 숫자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지난해 전북도의회는 도내 학생과 교직원의 1인당 참가비 153만원 중 103만원을 지원해주는 조례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예산은 380억원 규모였다. 한국처럼 특별법 제정이나 특별 예산 편성은 없었고 행사 역시 중앙정부가 아니라 야마구치현 차원에서 진행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평가받는 1991년 고성 세계 잼버리 예산 역시 98억원이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