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잼버리 망신은 여야 모두 탓, 정쟁이 더 꼴불견

조선일보 2023. 8. 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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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현장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 마포구 난지도 일대를 돌아보고 있다. ⓒ 뉴스1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을 놓고 여야가 서로를 탓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했나”라며 “윤 정부가 손대는 일마다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잼버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준비한 행사”라며 민주당과 전·현직 전북 지사 책임을 거론했다. 모든 사안을 정치 공방으로 몰고 가는 여야의 고질병이 도졌다. 정부 내에서도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은 여성가족부·문화체육부 등 관련 부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번 대회를 유치한 것은 박근혜 정부이고, 이후 5년간 준비는 문재인 정부 몫이었지만 행사를 차질 없이 치러낼 직접적 책임은 당연히 현 정부에 있다. 각국 참가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폭염·해충 대비, 샤워실·화장실 부족 등은 현 정부가 해결했어야 할 문제다. 실제 정부가 뒤늦게 대회 운영에 개입하자 사정이 급속히 개선됐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한다. 정부 출범 1년 3개월이 지났는데 이런 것까지 전(前) 정부 탓을 하면 국민이 공감하겠나.

민주당도 정부를 공격할 자격이 없다. 행사장 배수와 폭염 문제는 2016년부터 제기됐고, 대회 준비 예산 중 상당액이 전 정권에서 집행됐지만 문 정부는 나무 한 그루 심지 않았다. 전북 출신 김윤덕 의원이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고, 집행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전북지사다. 같은 당 소속 전북도 의원은 “잼버리의 목적과 가치를 제대로 몰라 불평·불만이 많다”며 참가 청소년 탓을 했다. 대회 성공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인데도 민주당 원내 대표는 “대회 축소·중단 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는 12일 폐막일까지 대회를 잘 운영해 150여 국 참가 청소년들이 좋은 경험을 갖고 돌아가게 해주는 일이다. 삼성그룹이 의료진과 간이 화장실 등을 지원하고, HD현대가 120여 명 규모 봉사단을 보내는 등 기업들이 지원에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사찰 170여 개를 개방했다. 반면 정치권은 싸우기만 할 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정쟁을 멈추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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