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직업혁명의 시대
직업 대부분 소멸 주장도…새 역할의 직업 등장 전망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눈길을 끄는 기사를 보도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사회 전방위로 진출하자 실직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먼저 거론된 분야는 미국 내 일자리가 300만 개에 달하는 고객 서비스였다. 코넬대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국 콜센터 근로자 대부분 앞으로 2년 이내에 해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의회가 나서 AI 제조사 관계자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에게 “나의 가장 큰 악몽은 실직인데 당신은 어떠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올트먼 CEO는 “AI 보급이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또 있다. 최근 구글은 뉴스 기사 작성 AI인 ‘제네시스(Genesis)’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기사 작성 AI 개발이 기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AI로 기사를 쓰는 것은 현재 국내에서도 날씨 등 일부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어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그런데 유독 뉴욕타임스는 왜 예민하게 반응했을까.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일자리 투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투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기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인간은 과학기술 발전에 맞춰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이젠 직업혁명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특징은 소멸 위기에 봉착한 직업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직업혁명에 트리거 역할을 한 것은 지난해 11월 오픈AI가 내놓은 생성형 AI 챗GPT다. 불과 1년도 안 돼 챗GPT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 굳이 이 자리에서 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류는 챗GPT를 활용하는 부류와 활용하지 못하는 부류로 나뉜다고 단언할 정도다.
직업혁명의 범위와 강도는 상상 이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023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AI 혁명이 법률과 의학, 금융 등 고소득 전문직 분야에서 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8개 회원국의 고용 27%가 위협받는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진은 더 암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노동자의 80%가 AI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가장 ‘위험한’ 직업으로 수학자 세무사 회계사 작가 웹디자이너 기자 법무사 통·번역사를 꼽았다. 산업혁명 시기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했다면 이제는 AI가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인사들은 ‘최첨단 AI 시스템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라’는 공개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머스크가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머스크는 방송 인터뷰에서 AI 기술을 고려한다면 진로에 관해 자녀에게 어떤 조언을 할 것인지 질문을 받고 무려 20초 동안 답을 하지 못한 채 고민했다. 결국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본인이 흥미나 성취감을 느끼는 쪽으로 마음을 따르라고 하고 싶다. 가능한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전망은 없을까.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투쟁에서 인간은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냈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대세는 아닌 듯하다. 대부분 전문가는 시대 흐름을 따르라고 조언한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초인류-AI와 함께 인공 진화에 접어든 인류의 미래’란 책에서 AI 진화기에 일자리 대체는 세 단계에 걸쳐 발생하고 세 번째 단계까지 진행되면 현재 인류가 만들어 놓은 직업은 대부분 소멸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 현재 직업은 교수입니다. 현재 형태의 교수라는 직업은 당연히 소멸하리라 봅니다. 다만 현재 역할과는 완전히 달라진 역할의 교수가 등장하리라 봅니다. 그때가 되면 교수가 아닌 다른 직함으로 그 직업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저 자신도 그런 미래를 바라보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AI로 인해 인류가 수천 년 동안 구축한 직업 개념이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칼럼을 쓰면서 챗GPT에 ‘미래 직업 변화’와 ‘미래 없어지는 직업’에 관해 질문했지만 답변은 여기에 반영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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