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나 표적되는 ‘묻지마 칼부림’이 일상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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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지난 3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칼부림'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동에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난 이후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잇단 흉기 난동 사건과 모방 범죄 예고로 부산 서면 등 주요 시도 요충지에는 경찰 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배치됐다.
잇단 '묻지마 칼부림' 사건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한국 치안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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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지난 3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칼부림’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퇴근 시간대 분당 서현역 근처에서 최모(22) 씨는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들이받은 후 곧바로 인근 백화점으로 들어가 쇼핑객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14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다쳤다. 피해자 중 60대 여성은 6일 끝내 사망했다. 지난 4일엔 대전의 한 고교에서 20대 남성이 한 교사에게 칼을 휘둘렀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는 흉기를 들고 다니던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동에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난 이후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외출하기 두렵다’는 시민이 많다.
무엇보다 신림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이 수십 건에 달한다. 모방 범죄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어 국민 불안감이 커진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부산 서면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혐의로 20대 해군 A일병을 지난 5일 검거해 헌병대에 인계했다. 지난 4일에는 인터넷사이트에 해운대 일대에서 흉기 난동을 하겠다는 글을 올린 미성년자가 검거되기도 했다. 잇단 흉기 난동 사건과 모방 범죄 예고로 부산 서면 등 주요 시도 요충지에는 경찰 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배치됐다. ‘묻지마 범죄’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그만큼 예방이 어려워 심각한 사회불안을 야기한다. 경찰은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이들을 빨리 추적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잇단 ‘묻지마 칼부림’ 사건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한국 치안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흉기 소지 의심자와 이상 행동자에 대해 검문검색을 실시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도입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권력 강화와 형사처벌 강화만으로는 ‘묻지마 칼부림’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이 심각하게 무너졌음을 반영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 사회적 박탈감이 이 같은 분노형 범죄로 발현된다.
정신질환자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현역 칼부림 피의자는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교사습격 사건 피의자도 2021년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신림역 살인 사건 피의자는 복수심과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이코패스로 밝혀졌다. 모든 정신질환자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어서는 안 되겠으나 사회 안전을 위해 정신건강 이상자들의 치료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묻지마 칼부림’의 사회환경적 원인을 분석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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