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첫 고추 수확과 월복

정상도 기자 2023. 8.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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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알람이 울리더니 '올해 첫 고추 수확'이란 메시지와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붉게 물든 고추가 한 무더기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기 전인 오전 6시30분쯤 시작된 고추 수확은 8시30분 쯤 끝났단다.

말린 고추는 건조기로 수분을 제거한 뒤 차곡차곡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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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알람이 울리더니 ‘올해 첫 고추 수확’이란 메시지와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붉게 물든 고추가 한 무더기다. 지난 봄 고추 모종 120개를 심었다. 밭 갈고 모종 심고 지지대 세우며 힘쓰는 일을 거들긴 했다. 자식처럼 살피고 물 주는 건 어른들 몫이었다. 게으름을 피우며 주말 하루를 ‘방콕’한뒤 휴일 아침 어김없이 출근하기 앞서 집사람이 밭으로 갔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기 전인 오전 6시30분쯤 시작된 고추 수확은 8시30분 쯤 끝났단다. 고추를 씻어서 그늘에 말리는 것까지다. 그 사진이 가족 단체 카톡방을 장식했다.

말린 고추는 건조기로 수분을 제거한 뒤 차곡차곡 모은다. 8월 내내, 늦으면 9월 초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만든 태양초를 빻아 김장을 하고 고추장을 담근다. 몸 움직이기를 좋아하고 가뭄에 말라버리지는 않나, 몹쓸 병이라도 생기지는 않나 노심초사하는 어른들이 있기에 가능한 호사다. 연례행사처럼 지나갈 만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사람 잡는 더위 탓이다. 집사람이 아침 댓바람부터 달려간 이유이다.

고추밭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는 어른이 한 둘이 아니다. 고추 농사는 일손이 성패를 좌우한다. 잡초 제거를 위한 비닐 덮기부터 고추가 자라는 시기에 맞춰 지지대 손보기를 게을리 할 수 없다. 일이 눈에 보이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변을 당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농심’(農心)이 부른 횡액이다. 가족의 애통함이 오죽하겠나 싶다.

농부의 마음을 움직이는 때는 자연의 시간이다. 올해 유독 더위가 심한 이유로 급격한 지구 온난화를 꼽는다. 따지고 보니 더위도 길다. 1년 중 가장 더위가 심하다는 삼복(三伏)은 초복 중복 말복까지 10일 간격으로 통상 20일이다. 그런데 올해 말복은 오는 10일로 중복 뒤 20일 만에 온다. 월복(越伏)이다. 중복과 말복 사이 입추를 끼워야 하므로 간격이 벌어졌다. ‘월복이 든 해이니 더위가 더 기승’이라는 옛말 그대로다.

24절기 가운데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알린다는 입추는 8일이다. 이날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폭염과 열대야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가을 타령을 할 수 없다. 월복을 명심해야 한다. 그보다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이 걱정이다. 6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북동쪽 190㎞ 해상을 지난 이 태풍은 9일부터 부산을 비롯해 울산 경남을 직접적인 영향권에 둘 전망이다. 장마 지나니 폭염, 이번엔 태풍이다. 이 또한 자연의 시간이며, 이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게 우리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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