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순봉의 음악이야기]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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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무덥고 불편한 계절이지만 미지의 여행이나 일탈을 꿈꾸는 그런 즐거움이 있다.
음악계도 이 시기는 완전히 시즌 아웃이다.
그러나 이 시기야 말로 온 세계의 음악축제가 시작되는 진정한 시즌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 바그네리안들은 성지순례같이 해마다 바이로이트에 모여 그의 음악을 듣으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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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무덥고 불편한 계절이지만 미지의 여행이나 일탈을 꿈꾸는 그런 즐거움이 있다. 음악계도 이 시기는 완전히 시즌 아웃이다. 그러나 이 시기야 말로 온 세계의 음악축제가 시작되는 진정한 시즌이기도 하다.
모든 음악가는 대학이나 소속된 기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기획된 축제 등에서 다양한 연주를 하게 된다. 청중도 평소 보지 못했던 거장과 악단을 색다른 장소와 프로그램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 음악축제들은 대부분 그 나라와 지역을 대표하는 무형의 랜드마크이다. 이런 문화적 가치 때문에 오늘날 모든 세계의 축제들이 저마다의 선명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차르트를 기리는 잘츠부르크 축제는 1920년 R. 슈트라우스가 주축이 되어 시작했고, 이후 역시 동향의 카라얀이 이 축제를 빈필과 함께 이끌며 오늘날의 세계적 축제로 만들었다. 지역과 작곡가가 둘 다 돋보인다.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는 2차 세계대전 후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축제로, 1947년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역시 온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버렸다. 미국에는 1937년 시작된 탱글우드 음악제가 유명하다. 특히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와 일본의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이 음악제를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기도 했다. 탱글우드는 특히 여름 아카데미가 유명한데 이곳을 통해 새로운 음악가가 많이 발굴되었다. 이런 음악제는 단순히 일회성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향이나 음악의 교류에도 큰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이다. 1946년 시작된 이 작은 도시의 음악제는 이제 현대음악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여기서 발표된 음악들은 바로 현대음악의 새로운 사조가 된다. 윤이상도 이 음악제에서 주목받으면서 세계적 작곡가의 반열에 서게 되었다.
이런 축제들 중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특기할 만한 것은 역시 독일의 바이로이트 축제일 것이다. 이 축제는 우선 1876년 시작된 가장 오래됐고 특이하게 작곡가 바그너의 오페라만을 연주한다. 바그너는 생전 자기의 오페라를 연주하기 위한 전용극장을 루드비히 2세의 후원으로 이 바이로이트란 작은 소도시에 직접 짓는다. 그리고 완성에만 28년, 전 곡 공연에 15시간이 소요되는 필생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이 극장의 개관음악회에서 초연하게 된다. 극장 내부는 의외로 소박하다. 화려한 바로크식 극장을 경멸했던 바그너는 그리스의 원형극장같이 객석을 만들어 놓았다. 그의 오페라에 대한 생각을 잘 알 수 있다. 이 축제는 2차 대전 후 히틀러의 후원을 받았다는 문제로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바그너의 후손들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바그너는 호불호가 극명한 작곡가였지만 그가 당시 끼친 음악적 영향력과 업적은 아무도 부인할 수가 없다. 지금도 이 바그네리안들은 성지순례같이 해마다 바이로이트에 모여 그의 음악을 듣으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
이제 부산에도 곧 세계적인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와 국제아트센터가 설립된다. 어언 개항 150주년을 앞둔 지금 부산의 음악계에 새로운 전환점인 것 같다. 이제는 우리도 부산의 특징인 역동성 다양성 포용성 등을 잘 살려서 온 세계가 공감하는 그런 정체성의 음악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앞선 그런 축제들의 반열에 우리도 설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로열콘서트허바우나 독일의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 모두 그 발기인이 상인이었다. 먼저 기업과 시민의 음악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음악인의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럴 때 부산도 세계의 음악유목민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순례지가 될 것이라는 간절한 희망과 소망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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