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첩보 분석만 44년… 韓美동맹 산증인 10월 은퇴
한미연합사령부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우리 국가정보원 같은 정보 조직이 있다. 북한 무기 체계를 비롯해 대남 도발, 군부 동향 등 각종 사항을 종합 분석하는 ‘연합정보운영단(Combined Joint Intelligence Operations Center-Korea)’이다. 이 조직에서 1970년대부터 44년간 첩보 분석관으로 근무하며 격변의 한반도를 지켜본 ‘산증인’ 스티븐 킨커(72) 정보 운영 실장이 오는 10월 퇴임한다.
킨커 실장은 지난달과 지난 4일 용산 미군 기지에서 본지와 만나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안보 동맹을 넘어서 기술·경제 등 포괄적 동맹으로 진화하는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것은 북한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자유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면서 “이렇게 양국 관계가 발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1951년 태생인 킨커 실장은 스물셋이던 1974년 미 공군에 입대해 암호 해독 관련 정보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이듬해 오산 기지에 처음 배치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1982년까지 7년간 오산에 근무하고 잠시 귀국했다가 대북 첩보 분석 담당으로 1986년 용산 기지에 부임해 지금까지 37년간 내리 근무하고 있다. 총 44년간 주한 미군·연합사에 근무한 한미 동맹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는 “미국에서 이북 출신 강사한테 한국어라는 걸 배웠다. 그때만 해도 전쟁 중인 베트남은 알아도 한국이란 나라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산에 와 보니 한국군은 거의 모든 정보를 미군에 의존했다”면서 “그랬던 한국군이 이제는 눈부시게 발전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킨커 실장은 6·25전쟁은 휴전 아닌 휴전 상태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 온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인 1976년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주한 미군 장교 2명을 다른 것도 아닌 도끼로 살해하는 만행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88 올림픽 직전 북한 요원들의 칼(KAL)기 폭파 테러 사건으로 115명의 승객·승무원이 희생되는 등 북한의 도발은 끊이질 않고 있다”고 했다.
킨커 실장은 가장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꼽았다. 그는 “2010년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다국적 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누구보다 당시 사건을 잘 안다”면서 “다국적 조사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오직 객관적 증거와 과학적 분석, 합리적 추론을 통해 폭침의 주범은 북한이라는 걸 어떤 이견도 없이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소행인 걸 밝혔을 때가 내 44년 커리어에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설명을 하면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각종 증거 사진과 분석 자료 등을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로 보여주기도 했다.
킨커 실장은 오는 10월 연합사에 비밀 취급인가증을 반납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40여 년 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옷을 사다가 “너무나 아름다운(extremely beautiful)”모습에 반해 결혼한 한국인 아내와 서울에서 여생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말로 말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한국 속담이 있잖아요. 한국군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고, 미군도 첨단 장비 등으로 굳이 대규모로 주둔하지 않아도 될 수단이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파이트 투나잇’이라는 팀워크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손발을 맞추고 훈련하며 더 뭉쳐야 합니다. 뻔한 말이지만 은퇴를 앞두고 한마디 남기고 싶습니다.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른다.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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