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잼버리, 6·25 참전국에 부끄러워
국회는 2018년 11월 29일 본회의에서 새만금 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이 법안은 찬성 210표, 기권 6표로 가결됐다. 4년여 뒤 잼버리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두가 안다. 하지만 여야는 당시 자기들이 일치단결해 입법한 특별법 존재는 알기나 하는지 ‘네 탓 공방’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스카우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안규백) “세계 대회를 이따위로 준비한 나라가 있나”(정성호) “역대급 나라 망신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지경, 대통령은 뭘 했나”(권칠승)라고 비난을 쏟아낸다. 이 의원들은 모두 특별법 제정에 찬성했다. 여당이 되고도 전(前) 정권 탓을 하는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특별법에서 여야는 “세계 160여 국, 5만여 명 청소년이 참가하는 2023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대책이 시급하다”며 “철저한 잼버리 준비 및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특별법 문구만 보면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잼버리가 됐어야 옳다. 그러나 배수가 안 되는 간척지에 폭염까지 겹쳐 벌레가 들끓는 현장의 문제점이 줄곧 지적됐는데도 법률에 찬성한 의원 대부분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영국·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지난 5일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영·미는 6·25전쟁 최대 참전국이다. 영국은 5만6000명, 미국은 178만9000명을 한국에 파병했다. 당시 열아홉 나이에 한국에 왔던 영국군 파병 용사 콜린 태커리(93)씨는 냄새로 한국을 기억한다고 한다. 당시 그가 입국한 부산항 주변엔 인간 배설물 냄새가 진동했다. 후각은 인간의 오감(五感) 중 기억과 감정을 가장 생생하고 오랫동안 간직한다.
70년 뒤 한국은 올림픽·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국민 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선진국이 됐다. 그러나 참전국 후손들에게 깨끗한 화장실 하나 제공하지 못했다. 10대 영·미 스카우트 대원들은 “더러운 화장실을 참기 어렵다”며 퇴소했다. 이번 잼버리에 영국은 4500여 명, 미국은 1200여 명을 보냈다. 이들의 기억에 한국이 70년 전 그때처럼 ‘악취가 진동하는 나라’로 남게 된다면 슬픈 일이다.
서울 성공회대성당엔 6·25 영국군 전사자 추모 석판이 있다. ‘하느님은 이들 중 그 누구도 잊지 않으시리라’라고 새겨져 있다. 영국군은 당시 5000명 가까운 인명 피해를 봤다. 신(神)은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겠지만, 정전 70주년을 맞은 한국은 참전국 후손 수천 명에게 악취를 선사했다. 6·25 당시 한국을 도운 63국, 이번 잼버리에 참여한 158국의 눈에 한국은 그냥 코리아다. 문(文)코리아와 윤(尹)코리아로 나뉘어 잼버리 파행마저 정쟁 소재로 활용하는 한국의 국회. 참전 용사와 그 후손에겐 어떻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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