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웰빙에서 웰다잉으로
유엔의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된다.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와 더불어 1단계인 고령화사회를 넘어 2단계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는데,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 추세대로라면 2024년 말~2025년 초에 마지막 3단계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는 예측이다. 사람이 늙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대책 없이 늙는 것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그런 우려를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올해 6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2000년대 들어 최근까지 웰빙(Well-being)이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쉽게 말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지금은 ‘소확행’이나 ‘워라밸’ 등의 용어로 약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한국에서의 웰빙 열풍은 방송을 통해 상업적으로 변질된 감마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런데 이 웰빙이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환경에서만 의미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도 양극화가 심화됐고 삶의 질이 떨어진 다수의 국민들은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 등에 매달려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노인계층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웰빙의 시대도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 초고령사회와 맞물리면서 이제부터는 웰빙이 아니라 웰다잉(Well-dying), 즉 ‘잘 죽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정신과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가 쓴 ‘80세의 벽’이라는 책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80세 전후가 되면 평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고, 알면 병이 되니 건강검진도 하지 말라고 한다. 심지어 암에 걸려도 치료하지 말고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 따위는 생각하지도 말고, 먹고 싶은 것은 뭐든지 먹고, 술과 담배까지도 원하는 대로 마시고 피우라고 주장한다. 이 80세의 벽을 넘어서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20년이 기다린다고 한다.
이제는 빈곤장수(貧困長壽) 유병장수(有病長壽) 독거장수(獨居長壽)보다 존엄사(尊嚴死)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노년에 벽에 X칠 하면서 의미 없이 오래 살 바에야 인간답게, 행복하게 그리고 품위 있게 죽는 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더 낫다는 주장에 과반을 훨씬 웃도는 사람들이 동의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를 들어 대중적 죽음 교육 등을 통해 미리 죽음에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옛말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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