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축소-연기… ‘꿈’ 못펼치는 K잼버리

부안=박영민 기자 2023. 8.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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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잼버리 파행―美英 조기 철수]
전체인원 15% 美-英, 새만금 떠나
170여개 프로그램 대부분 중단돼, 6일 예정 K팝 콘서트 11일로 연기
정부 “12일 폐막때까지 총력 지원”, 영외 관광 등 대체 프로그램 실시
美-英 조기철수… 어수선한 새만금 잼버리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에 조기 퇴영한 영국과 미국 대원들이 사용했던 기구들이 쌓여 있다. 녹색 팔레트는 텐트를 설치할 때 바닥에 까는 기구다. 영국 대표단은 5일부터 새만금을 떠나 서울 등지로 이동했고, 미국 대표단은 6일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퇴영했다. 부안=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각종 악재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수습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전체 참가 인원(약 4만3000명)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영국과 미국 단원들이 조기 퇴영을 결정했고, ‘성범죄’ 발생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6일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5일과 6일 버스를 이용해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서울과 경기도의 호텔로 이동했다. 미국 대표단은 6일 이른 오전부터 철수 준비를 시작해 2차례에 걸쳐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철수했다. 루 폴슨 미국 스카우트 운영위원장은 “(새만금에서) 그동안 겪은 일들과 앞으로의 날씨, 캠프장의 역량을 고려했고, 우리의 대원들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예정됐던 170여 개 영내·외 프로그램은 대부분 중단됐다. 대신 전북 등 인근 지역에서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한 칠레인 참가자는 “영외 관광 등 프로그램이 즐겁기는 하지만, 세계인들과 문화를 교류하자는 원래 취지는 무색해진 감이 있다”고 말했다.

폭염이 꺾이지 않으면서 환자 발생도 줄지 않고 있다. 야영장 내 의료시설에는 매일 1000명 안팎의 환자들이 몰리는 실정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주최지인 전북 참가자들이 조기 퇴영을 결정하기도 했다. 한국스카우트 전북연맹은 “한 태국인 남성 지도자가 여자 샤워실에 몰래 들어오는 사건이 났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퇴영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잼버리 조직위는 “성범죄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경미한 사안”이라고 해명했지만, 주최 측 참가자의 이탈에 대회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기도 했다.

정부는 전 부처 차원의 잼버리 수습 총력전을 펼치며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산업계와 종교계도 대회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시는 조기 퇴영한 영국 단원들에게 한강변을 숙영지로 제공하는 등 대회가 종료되는 12일까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당초 6일 저녁 새만금 야영장 내에서 열릴 계획이던 K팝 콘서트는 11일로 연기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6일 사흘 연속 잼버리 대회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 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며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英대표단 호텔로, 美는 미군기지로… “새만금, 물-얼음 부족 여전”

철수-잔류 어수선한 잼버리 현장
美 참가자 “이렇게 떠나게돼 슬퍼”, 英 숙박난… 호텔 연회장서 자기도
새만금 잔류자 “물 한통밖에 못받아”
정부 지원 늘었지만 체감효과 적어

“(새만금에서) 나가게 돼 슬픕니다. 이곳을 떠나게 돼 대원들 모두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6일 전북 부안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에서 만난 미국 스카우트 대원 윌리엄 레인 군(15)은 분주히 짐을 챙기며 이같이 말했다. 레인 군은 “전 세계 사람들과 문화를 교류할 생각에 큰 기대를 했는데, 갑자기 철수하게 돼 아쉽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 美·英 속속 떠나며 어수선한 새만금

새만금서 철수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6일 오전 새만금 야영지에서 철수하기 위해 버스에 오르고 있다. 미국 대표단은 이날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했다. 부안=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날(5일) 조기 퇴영을 결정한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 150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철수했다. 우선 선발대 700∼800명이 버스 17대를 나눠 타고 출발했고, 오후에 나머지 인원이 새만금을 떠났다.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을 파견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5일 1000여 명이 서울로 이동한 데 이어 6일에도 1000여 명이 추가로 퇴영했다. 대규모 인원인 만큼 단계적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국적의 대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국 대표단이 빠르게 조기 퇴영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다”며 “며칠 만에 드디어 에어컨이 있는 곳에 와서 너무 좋다”고 적었다. 한편 다른 스카우트 대원은 “4년을 기다렸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온 행사를 이렇게 빨리 끝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연회장서 휴식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6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연회장에서 짐을 쌓아두고 휴식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영국 단원들은 서울 용산구, 종로구 등의 호텔에 머물 계획이다. 다만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에서 머무를 숙소를 찾지 못해 숙박난을 겪기도 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5일 서울에 도착한 영국 단원 5명이 한 방을 쓰고, 25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호텔 연회장에서 자기도 했다. 영국 단원의 한 부모는 영국 가디언에 “서울 내 비좁은 호텔에서 대원 상당수가 호텔 바닥에서 자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다른 숙박시설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대표단은 5일 대전 유성구 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한 외국인 참가자는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은 수천 명의 단원을 이동시키고 재울 자금과 자원을 갖췄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원 늘었지만 약, 물 아직 부족해”

새만금 야영지 곳곳에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생수, 얼음, 쿨링버스(냉방용 대형버스) 등 폭염 대비 정부 지원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도 대원 남라타 발라지 양(15)은 “친구 4, 5명이 폭염 때문에 쓰러져서 약을 먹고 숙소에서 쉬고 있다”며 “얼음과 물을 나눠 준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한 통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일 개영식부터 누적된 영내 병원 내원 환자는 총 4455명에 달한다. 5일 하루에도 987명이 다녀갔다. 이 중 피부병변이 348명(35.2%)으로 가장 많고, 벌레물림 175명(17.7%), 온열손상 83명(8.4%), 일광화상 49명(5.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벌레 물린 자국 6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로비에 도착한 영국 스카우트 관계자의 다리에 벌레에 물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뉴스1
독일에서 온 줄리안 군(15)은 해충에 물려 퉁퉁 부은 다리를 보여주며 “벌레에 물린 다리가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악화되고 있다”며 “취소된 프로그램도 많아 생각만큼 즐겁지 않다”고 말했다.

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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