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가족이 미국서 홍콩으로 옮긴 이유… 외국인 가사 도우미 꼭 필요하다
한국에서 간병인 및 입주 육아 도우미의 임금은 월평균 대략 350만원 선이다. 반면 30대 여성 중위 소득은 320만원에 불과하다. 지나친 돌봄 비용은 돌봄 노동자 절대적 공급 부족 때문이다. 내국인만으로 돌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린이집 및 유치원 확충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맞벌이를 위해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외에도 도움이 필요하다 답했다. 교대제 근무자, 자영업자, 발달 장애인의 부모는 육아 도우미가 필수적이다. 노인 돌봄 공백도 심각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만으로는 집에서 충분한 돌봄을 제공받기가 불가능하다. 원치 않아도 요양원 및 요양 병원으로 많은 노인이 내몰리고 있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이러한 공공 영역의 빈틈을 막아줄 수 있다. 홍콩에선 외국인 가사 도우미가 약 34만명 일한다. 인구 730만명의 5%에 이를 정도다. 이들은 주 6일 육아 및 노인 돌봄에 종사하며, 최소 월 4730 홍콩달러(약 78만원)를 번다. 내국인의 최저임금과는 별도로 책정된 금액이다. 이 외에도 식대 1196홍콩달러(약 20만원), 의료보험료, 연 1회 왕복 항공료 등을 제공받는다. 또한 고용인은 일정 수준의 주거 공간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필리핀 출신 가사 도우미 절반 이상의 학력이 (전문)대졸 이상이며, 평균 30대 젊은 여성이다. 절대다수가 현재 업무에 만족하며, 홍콩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 한다. 이들의 본국 임금은 20만원 수준이다. 숙소를 제공받으며 월 100만원을 버는 홍콩 가사 도우미는 빈곤 탈출의 중요한 통로다. 이를 현대판 노예제 혹은 외국인 노동 착취라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인권 및 노동 환경 개선에 신경 쓰면 될 일이다.
이 제도는 홍콩 여성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덕분에 5세 미만 자녀가 있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대략 40%에서 무려 51~53%까지 올랐다. 대졸 여성에게는 그 효과가 두 배 이상 더 컸다. 덕분에 1990년대 이후 홍콩의 경력 단절 여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또한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휠체어를 탄 노인이 도우미와 함께 외출하는 일이 흔하다.
우리 가정도 큰 혜택을 누렸다. 미국 대학 재직 시엔 육아에 허덕였다. 큰아이 어린이집 비용만 월 250만원이 들었다. 둘째를 임신한 뒤 아내는 경력 단절을 걱정했다. 가족이 홍콩으로 이주한 것은 바로 저렴한 가사 도우미 때문이었다. 그 덕에 팬데믹 기간 등교 제한에도 우리 둘 모두 본업을 잘 이어갈 수 있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올 하반기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 출퇴근하며 급여는 월 200만원 수준으로 내국인과 비슷하게 지급하는 일본식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향후 제도 확대 과정에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간병인이 극도로 부족한 현실에서,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활동 영역을 노인 돌봄으로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 둘째, 비용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 홍콩은 1974년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비용이 여성 평균 임금의 30~40% 수준이 된 1990년대에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다만 임금이 지나치게 낮으면 임금이 더 높은 제조업 종사자로 불법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도우미 비자 기간을 늘리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며, 적발 시 한국 취업을 제한하면 해결할 수 있다. 현행 외국인 비전문 취업 비자(E9)의 유효 기간은 3년(최장 4년 10개월)이다. 가사 도우미는 임금이 낮은 대신 비자 유효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가령 10년간 월 100만원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면, 언제일지 모를 추방 위험을 감수하며 사업장을 이탈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부모가 원한다면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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