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09] 유향과 몰약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3. 8.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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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짜증이 날 때는 향수를 맡으면 기분 전환이 된다. 6개의 감각기관인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가운데 냄새를 맡는 비근(鼻根)은 3번째이다. 눈과 귀보다는 등급이 아래지만 혀[舌]보다는 등급이 높다. 향기로운 냄새를 맡는다는 게 그만큼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이다. 한가하게 입으로는 차를 마시고 침향을 피우면서 그 연기를 맡으면 열받은 게 내려간다.

원고 쓰는 문필업자 수입으로는 비싼 침향 값이 감당이 안 되어서 일반적인 향수로 취향을 다운시켰다. 꿩 대신 닭이 아무아주(Amouage)라는 아랍 향수. 오만의 술탄이 실력 있는 프랑스 조향사에게 ‘돈 아끼지 말고 만들라’고 해서 만든 향수라고 한다. 재료는 유향, 몰약, 침향이 들어갔다. 아랍 사람들이 좋아했던 3대 향이었다. 따지고 보면 유향과 몰약의 원산지는 아랍이었다. 향수는 아랍이 원조였던 것이다.

동방박사가 예수 탄생 선물로 가져갔다는 유향과 몰약은 어떤 물건인가? 유향은 감람나무과에서 추출된다. 아라비아, 예멘, 오만, 소말리아에서 자라는 감람나무들이다. 나무 크기는 5~6m. 해발 1000~1800m 석회질 산지에서 야생으로 자란다. 유향은 나무 껍질을 치고 다듬거나 줄기를 도려내서 얻는다. 나무에서 흘러내리는 수액을 얻는 것이다. 냄새는 신선하고 상쾌하다. 요즘은 에탄올 추출 기술이 발달하였다.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이 유향을 낙타에 싣고 시나이반도를 출발하여 유럽 쪽에다 공급하는 ‘유향로드’가 있었다고 한다(’조향사가 들려주는 향기로운 식물도감’, 도원사).

몰약은? 감람나무의 한 종류에서 나오는 수액을 추출한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아라비아 남부, 이란이 원산지이다. 예수님의 시신을 감싼 아마포에는 몰약이 발라져 있었다. 몰약은 유대 장례 풍습에서 빼놓을수 없었다. 몰약 성분의 수액이 공기에 닿으면 적갈색 덩어리로 굳어진다. 덩어리 크기는 콩만 한 것에서부터 달걀만 한 크기까지 있다. 향은 부드럽고 레몬이나 사프란의 향을 떠올리게 만든다. 몰약의 ‘팅처(에탄올에 허브를 담가 우려내는 것)’에는 소독 작용과 진정 작용, 거담 작용이 있다. 몰약도 역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유향과 몰약이 중동의 향이라고 한다면 침향은 동아시아의 향이었다. 그러나 침향이 너무 귀해서 우리 조상들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갯벌에다 향나무를 묻어두고 매향비(埋香碑)를 세웠다. 천년 후에 꺼내서 쓰도록. 매향비를 세운 사람들이 용화향도(龍華香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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