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억 투수가 2승… 애물단지 고액 선수들

김영준 기자 2023. 8. 7.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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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프로야구 高연봉자 부진 골치

MLB(미 프로야구)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거포 애런 저지(31)와 9년 3억6000만달러(약 4700억원)짜리 초대형 재계약을 맺었다. 저지는 지난 시즌 6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AL)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 치우며 리그 MVP(최우수 선수)에도 올랐다. 저지 계약 규모는 역대 타자 중 최고액. 연봉은 4000만달러(약 523억원)로 메이저리그 선수 중 전체 3위다.

그러나 올 시즌 돈값을 못 하고 있다. 6일 현재 57경기 20홈런. MLB 전체 30위다. 지난 6월 초 발가락 부상을 입고 약 두 달간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1위였던 팀은 올해 4위에 처져 있다.

저지처럼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몸값을 해내지 못하는 선수는 한둘이 아니다. 수백억원을 연봉으로 챙기면서도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팀에 민폐가 되고 있다.

제이콥 디그롬

한때 리그 최고 투수로 꼽혔던 제이콥 디그롬(35·텍사스 레인저스)은 올 시즌 5년 1억8500만달러(약 2420억원)짜리 계약을 맺고 뉴욕 메츠에서 이적했다. 그러나 개막 후 6경기 선발 등판해 2승을 거둔 뒤 팔꿈치 부상을 입어 시즌 아웃됐다.

LA 에인절스는 고액 연봉자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MLB 연봉 5위(3711만달러·약 485억4000만원)인 마이크 트라우트(32·LA 에인절스)는 손목 부상으로 두 달째 결장 중이고, 3위로 3857만달러(약 504억5000만원)를 받는 앤서니 렌던(33)은 4년째 타격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렌던은 올해 타율(6일 현재) 0.236에 잦은 부상으로 결장도 많다. ‘먹튀’라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다. 이적 후 현재까지 팀이 치른 444경기 중 45%가량인 200경기에만 출전했다. 올해도 지난달 4일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 터너(30·필라델피아 필리스·11년 3억달러), 잰더 보하르츠(31·샌디에이고 파드리스·11년 2억달러), 카를로스 코레아(29·미네소타 트윈스·6년 2억달러) 등 올 시즌을 앞두고 고액 계약을 맺은 이들도 타율이 2할 초중반에 머물면서 소속팀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한국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선수들이 있다. 올 시즌 전 스토브리그에서 총액 40억원이 넘는 대형 계약이 7건 나왔다. 그러나 양의지(36·두산·4+2년 152억원), 채은성(33·한화·6년 90억원) 정도를 제외하면 성적이 썩 좋지 않다.

특히 롯데의 시름이 깊다. 4년 80억원을 주고 데려온 포수 유강남(31)과 유격수 노진혁(34)이 2할2푼대 타율에 그친다. 특히 노진혁은 7월 이후 타율이 0.103에 불과하다. 올해 4년 65억원에 LG 유니폼을 입은 포수 박동원(33)은 시즌 초엔 홈런 선두 경쟁을 펼치는 등 타격감이 좋았지만, 후반기 들어 1할대 타율을 기록 중이다.

유강남

한 해 연봉 순위(외국인 제외) 상단에 위치한 선수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연봉 17억원(3위)을 받는 추신수(41·SSG)는 타율 0.267·7홈런, 15억원(공동 4위) 김재환(35·두산)은 0.227·8홈런에 그친다. 연봉 6위(14억원) ‘돌부처’ 오승환(41·삼성)은 올해 3승 3패 15세이브, 평균 자책점 4.19로 위력이 많이 떨어졌다.

이 같은 ‘고비용 저효율’ 선수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선수는 한정되어 있고 영입 경쟁은 치열하다 보니 몸값이 뛰는 상황에서 정확한 역량 분석 없이 쟁탈전에 과도하게 몰입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란 분석이다. 또 새로 맺는 연봉 계약은 과거 성적에 대한 보상 성격이 커서 계약 후 성적 기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액 연봉 계약을 한 선수들이 이미 전성기를 지나 노쇠화가 시작된 점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대형 계약을 맺은 뒤 목표 의식과 동기 부여가 떨어져 전처럼 투지를 갖고 뛰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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