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디지털시대 표현의 자유와 관용
인류 역사를 돌이켜 한마디로 말한다면 자유를 향한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잔정 자유롭다고 느낄 수 있으려면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말하고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그것을 전달할 자유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도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반드시 수호해야 할 핵심가치로 선언했다.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비판과 토론이 활발히 이뤄질 때 자유민주주의가 그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 ICT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현대 정보화 시대에 표현의 자유는 더욱 큰 폭으로 신장했지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시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X세대의 상징으로 문화대통령으로 불린 '서태지와아이들'이 1995년 '시대유감'이라는 노래를 발표하려 했지만 당시 음반 사전심의제도로 인해 결국 보컬을 제외한 연주곡만으로 발매된 사건이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반하는'이라는 기준으로 운영된 정보통신부 장관의 불온통신 시정명령제도가 대표적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구시대의 상징과도 같던 음반 사전심의제도는 음반법 개정으로 1996년 폐지됐고 헌법재판소도 음반뿐만 아니라 영화, 광고, 불온통신 시정명령제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린 사전심사는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표현을 '불온하다'는 불명확한 기준으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규제도 마찬가지다. 최대한의 표현을 보장하기 위해 표현을 제약하는 어떠한 시도도 최소화해야 한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 표현도 모두 예외 없이 헌법에 의해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헌법에 따라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표현에 한한다.
ICT의 발달로 스마트기기나 SNS 등을 이용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미디어의 혁명적 변화로 인해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Democracy)가 현대정치에 있어서는 미디어크라시(Mediacracy)가 돼버렸듯 정치를 포함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이 스마트 미디어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돼버렸다.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은 표현의 혁신적 도구이자 그 자체가 표현을 주도할 수 있게 돼 표현의 외연확대에 기여한다. 반면 생성형 AI로 만들어지는 표현을 통한 사회적 역기능의 가능성도 높이진다. 명예훼손, 명의도용, 차별, 불법적 여론조작, 사실왜곡 등 개인적 법익의 침해뿐만 아니라 사회적·국가적 법익의 침해 가능성도 현실화하거나 고조된다.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우리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일상화하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표현)의 홍수에 노출돼 있으며 정보확산의 신속성과 광범위성으로 말미암아 불법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은 커진 반면 완벽한 피해구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인류가 오랜 세월 수호하고자 노력한 표현의 자유는 만능의 무조건적 보호만이 요구되는 대상은 아니다. 자유로운 표현이 때로는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다른 공동체의 일원에게 정신적 피해를 줄 수도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생명을 앗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서조차 연방대법원 판결들에서 음란한 표현, 명예훼손 또는 공격적 언사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죽을 힘으로 싸우겠다'는 그 유명한 볼테르적 원칙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견해가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임이 분명하다. 타인의 표현에 대한 관용과 함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충돌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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