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英美 철수로 ‘반쪽’ 잼버리… 위기 대응력에 나라 위신 달렸다

2023. 8. 7. 00: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던 영국 대표단에 이어 미국 대표단이 그제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영국 대표단 4400명, 미국 대표단 1500명은 폭염 속 허허벌판 야영장에서 제기된 건강과 안전 우려로 짐을 싸 서울의 호텔과 평택 미군기지 등으로 이동 중이다.

당초 퇴영을 검토하던 벨기에와 독일, 스웨덴 등 국가 대표단은 회의를 거쳐 잔류 결정을 내렸지만 가장 많은 대표단을 보낸 미국과 영국이 잇따라 빠지면서 잼버리는 결국 반쪽 행사로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6일 오전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철수를 시작하면서 텐트를 올려뒀던 빈 파레트가 타국 대원들의 텐트 앞으로 쌓여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던 영국 대표단에 이어 미국 대표단이 그제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영국 대표단 4400명, 미국 대표단 1500명은 폭염 속 허허벌판 야영장에서 제기된 건강과 안전 우려로 짐을 싸 서울의 호텔과 평택 미군기지 등으로 이동 중이다. 싱가포르 대표단 67명도 야영장을 떠났다. 전체 참가자의 15%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이 조기 철수한 것은 잼버리 대회 사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

당초 퇴영을 검토하던 벨기에와 독일, 스웨덴 등 국가 대표단은 회의를 거쳐 잔류 결정을 내렸지만 가장 많은 대표단을 보낸 미국과 영국이 잇따라 빠지면서 잼버리는 결국 반쪽 행사로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한쪽이 텅 비어 버린 야영지를 보면서 남은 대원들의 사기가 이전 같을 수 없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에서 여성 샤워장으로 외국 국적의 남성 지도자가 들어간 것을 놓고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됐다. 6일 K팝 콘서트 일정은 연기됐는데, 당일 오전까지도 공지가 되지 않아 참가자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정부가 냉방버스와 얼음생수 보급, 그늘막과 물놀이 시설 추가 설치 등 대응 총력전을 펼치면서 온열환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청소인력 930명이 추가 투입돼 위생 상태가 나아졌고, 취소된 100여 개 야외활동 대신에 전국 관광 프로그램 90개가 추가로 마련됐다. 뒤늦게라도 보완책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지만, 미리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전 세계에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진 뒤에야 부랴부랴 미봉책 수준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아쉽다.

잼버리 혼란 수습을 위해 조계종이 전국 사찰을 야영지 및 템플스테이용으로 개방하기로 했고 기업들도 이온음료부터 의료인력까지 지원하는 등 속속 동참에 나서고 있다. 민관 협력은 필요하지만 정부로서는 1000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결국 민간에 손을 벌리는 형국이 됐다. 여당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 때 유치한 행사”라며 책임 회피성 주장을 하는 모습도 보기 민망하다.

새만금 야영장에는 지금도 151개국 3만60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잼버리는 12일까지 아직 5일이 남았다.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위기 관리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안전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준비 미흡과 졸속 운영의 책임 및 경위를 따져물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정부의 약속대로 “단 한 명의 대원도 실망하지 않도록” 행사의 불씨를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위신이 걸린 문제다.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