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온 세상이 청년으로 가득하겠네
해당예산은 더욱 비중 낮아
청년의 연령 늘리기만 한다면,
머릿수와 가짓수만 채우는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청년정책 예산·실질성 측면
청년기본법 연령 기준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해시 청년센터 ‘청년공간열림’은 청년이 주 대상이지만 다양한 세대가 드나든다. 청년 부모와 함께 온 10대 자녀, 이제 막 청년 연령을 지난 40대, 청년인 자녀와 함께 50~60대 부모가 오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에게 공간 출입 등록을 위해 회원가입을 안내하면, 40~60대분들은 자신은 청년 나이가 아닌데 가입해도 되는지 되물으며, 마음은 아직 청년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고 함께 웃는다.
아쉽게도 청년이라는 마음만으로는 법률적 기준에 충족될 수 없다.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을 연령상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청년기본법 이전에 많은 청년정책 근거로 활용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고용에 초점을 맞춰 청년 연령을 만 15세 이상 만 29세 이하로 규정했으나 청년기본법은 고용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부분을 포괄하고자 청년 연령을 확대했다.
청년기본법 제정 전 20대였던 본인은 청년 연령이 어떻게 설정되는 게 좋을지 동료와 의견을 나눌 때 24세로 완전하게 낮추거나 30대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4세 이전의 청년들에게 정책적 자원을 집중하고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30대까지 불안정이 연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현실적으로 사회진입 시기가 늦어졌고 사회 진입 후에도 위치가 불안정하기에 청년정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취·창업 지원이 30대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취·창업뿐 아니라 전체적인 삶을 돌아보면 20대 초반과 후반이 달랐고, 30대 초반은 또 달랐다. 많은 사람이 일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 동거인이 있는지 없는지,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등에 따라서 삶의 형태나 일상의 구조가 다를 텐데, 그때는 미취업 상태라는 특정 상태만을 주목해 청년정책이라는 한 정책으로 모든 삶을 포괄하고자 했다.
많은 지자체도 예전의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청년 연령 기준 확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동해시 청년 조례상 청년 연령 기준은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로 청년기본법보다 범위가 넓은데, 여러 지자체가 조례에서 사정에 따라 만39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40대도 포함하는 지자체는 25%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청년기본법으로 청년 연령이 규정됐음에도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근거로 청년정책을 시행할 때보다 누가 청년인지 더 알기 어려워졌다. 정책에 따라 이 청년정책은 29세까지, 저 청년정책에서는 34세, 45세, 혹은 49세까지도 청년으로 포괄하며, 어떤 정책에서는 내가 청년인데, 왜 이 정책에서는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지 알 수 없는 억울함이 생기기도 한다.
정책은 구성원에게 필요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삶의 전반이 윤택해지도록 돕고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방점이 있다. 많은 이에게 적절한 정책적 지원이 가닿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 중 하나지만 그 방안으로써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정책의 연령 기준을 확대하는 것에는 고개가 갸우뚱하다.
특히 기초 지자체의 예산은 재정자립도가 낮고 규모도 매우 한정적이어서 그중 인구 규모상 소규모인 청년에게 들일 수 있는 예산은 더욱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 예산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주 적은 예산으로 지원하는 청년의 연령을 늘리기만 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머릿수와 가짓수만 채우는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대로 처음 20대가 된 사람과, 20대를 지나온 30대와, 20대와 30대를 지나온 40대를 한 바구니 안에 포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청년기본법에서 포괄하는 범위가 넓기에 해당 연령대의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정책은 예산 측면에서도, 정책의 실질성 측면에서도 청년기본법 연령 기준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의 정책 바구니에 담길 바라는 청년 연령 기준 외 성원들을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분야별 지원방안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정책으로 모두를 포괄하면서 그게 누구든 잘 맞는 사람 하나만 있기를, 혹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좀 욕심이 아닐까.
더 많은, 그리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책이 가닿기를 바라며 행정은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다. 행정이 바라는 대로 각각의 삶에 도움 되는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받는 이가 헷갈리지 않도록 전달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기준을 기반으로 청년정책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되고 지원돼야 함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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