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장롱 속 ‘신사임당’의 귀환… 숨은 155조 원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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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때 품귀 현상까지 빚었던 5만 원짜리 지폐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5만 원권을 약 10조 원어치 발행했는데, 이 중 78%인 약 7조8000억 원이 되돌아왔다.
5만 원권 발행이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환수율이 가장 높다.
한은이 화폐를 발행하면 시중에 유통되다가 예금이나 세금 납부 등의 형태로 금융기관을 거쳐 한은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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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원권이 돌아온 것은 2021년 8월부터 본격화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크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현금을 쌓아두기보다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예·적금에 넣는 게 낫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해제되면서 대면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소비심리가 회복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때 숨었던 고액권이 통화 긴축과 함께 돌아오는 것은 미국, 유럽 등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5만 원권이 시중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21년엔 환수율이 사상 최저인 17%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로 현금 사용이 줄고 온라인 거래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 특히 보관이 편리한 고액권을 확보하려는 심리도 작용했다. 금리가 낮아 은행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것도 현금을 꽁꽁 숨게 만들었다. 시중은행들이 5만 원권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동입출금기(ATM)에 ‘5만 원권 인출 불가’ 안내문이 걸리기도 했다.
▷5만 원권이 사라지자 상당 부분 지하경제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자산 노출을 꺼리는 자산가들이 장롱이나 금고에 숨겨 놓거나, 범죄 세력들이 수익 은닉 수단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전북 김제시의 마늘밭에서 5만 원권 110억 원이 발견된 이래로 비자금이나 로비, 세금 탈루, 은닉 자금으로 악용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고액권이 유통 기능은 적고 저장 기능만 있다며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금고를 탈출한 5만 원권의 귀환은 반갑지만, 이 돈이 생산적인 자금으로 흘러갈지, 투기에 활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5만 원권만 291조8000억 원이 풀렸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은 155조2000억 원의 행방도 궁금하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는 등 디지털 경제가 본격화되면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해 5만 원권이 더 깊숙이 숨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5만 원권을 무조건 찍어낼 것만 아니라 음지에 숨어 있는 현금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하며 발권 정책을 짜야 할 것 같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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