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의 관건은 이행이다 [안호영의 실사구시]

2023. 8.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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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윤 대통령, 4월 방미서 밝힌 ‘워싱턴 선언’
美 확장 억제력을 높일 가장 현실적 방안
‘선언→제도화’ 골든타임 1년… 서둘러야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최종현 학술원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선언 직후 야심 찬 계획을 시작하였다. 북핵 문제를 연구하는 외교ㆍ군사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초청하여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토론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것이었다. 이 계획의 이름이 ‘Deep Dive’라고 명명되었는데, 아마도 ‘깊이’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 계획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지속되어 지난달 말 제13차 Deep Dive가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시에 채택된 “워싱턴 선언”의 의의와 이행 방안에 대한 토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의의와 관련, 대부분 참석자들은 자체 핵 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워싱턴 선언에서 제시된 방안들이 미국 확장 억제력의 실효성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

그간 한ㆍ미 간에 이 목적을 위한 여러 형태의 조직들이 운영되어 왔으나, 이들이 정책·전략적 토의에 머물러 왔던 데 비하여 워싱턴 선언에 따라 구성된 NCG(핵 협의 그룹)는 군사적, 작전적 협의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의의 과정에서 미국의 핵 체제, 운용 계획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고, 아시아 국가 중에는 미국의 핵 자산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7월 18일 제1차 NCG 회의 당시 이루어진 1만8,000톤급 미국 핵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의 부산항 기항과 관련, SSBN은 노출을 회피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외국 항구에 기항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도 지적되었다.

다른 한편, ‘워싱턴 선언’은 법률의 성격을 갖는 조약이 아니고 정치적 ‘선언’이므로 효과적이고 신속한 이행을 통하여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미국 국내 정치일정상 이행의 골든 타임이 1년여에 불과하므로 우리 정부가 구체적 이행 필요 사항을 목록화하여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이행을 주도하여야 한다는 데 대부분 참석자들이 의견을 같이하였다.

이행의 구체적인 지표로는 현재 재래식 무기 사용에 국한되어 있는 한ㆍ미 연합사의 작전 계획에 핵ㆍ재래식 통합 작전 계획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북한이 핵 무력 사용 법령을 개정하고, 이를 위한 군대를 창설하고 훈련까지 하는 상황에서 한ㆍ미 간에 이에 대응하는 작전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한ㆍ미 양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여러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특히 자신이 원하는 군사적, 정치적 상황을 남한에 강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한적 핵 사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를 억제하고, 제압할 방안이 한ㆍ미 간의 작전 계획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행과 관련하여 여러 참석자들이 역점을 두어 강조한 것이 우리 자체 역량의 개발이다. 북핵에 대응한 핵ㆍ재래식 통합 작전에서 우리가 당사자다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3축 체계, 즉 북핵에 대한 거부ㆍ보복 능력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고, 핵무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 군의 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워싱턴 선언은 한ㆍ미 각국의 전략사령부 사이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가질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만만치 않은 이행 목록이다. 앞으로 1년여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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