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프리 제이식서스”

박영준 2023. 8. 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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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美 의사당 난입한 사람들
트럼프 법원 출석 때마다 몰려와
반대파들과 섞여 크고 작은 충돌
美 사회 분열상 적나라하게 표출

“프리 제이식서스(Free J6ers·제이식서스를 석방하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20년 대선전복 모의 혐의에 대한 기소인부 절차가 진행된 3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법원 앞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자가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트럼프 2024 세이브 아메리카’(Trump 2024 Save America·2024년에 트럼프를 뽑아 미국을 구하자), ‘트럼프 2024 프리즌’(Trump 2024 prison·2024년에 트럼프를 감옥에 보내자)과 같은 팻말 가운데 프리 제이식서스라고 적힌 팻말들이 눈에 들어왔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제이식서스는 2021년 1월6일 미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가담자들을 의미한다. 1월6일(January 6)에 ‘사람’의 의미를 지닌 영어 어미 복수형 ‘ers’를 붙인 신조어다. 프리 제이식서스는 이들을 풀어주라는 구호이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그들을 불법으로 수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1월6일 의사당 난입 가담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제이식서스라고 칭한다. 미 프로풋볼(NFL) 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 미 프로농구(NBA) 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76ers)를 본떠 제이식서스(J6ers)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판매하기도 한다.

포티나이너스는 184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금광이 발견된 이듬해인 1849년 금광을 찾아 이주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세븐티식서스는 시간을 더 거슬러 1776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다.

2020년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제이식서스는 자신들을 미국 독립을 원하는 개척자쯤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애국자임을 자처하고 수감자들을 위한 모금활동도 한다.

미국 민주주의 ‘최악의 장면’으로 기록될 2021년 1월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진 지 2년7개월이 지났지만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확정을 막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의회에 난입, 경찰을 포함 최소 5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30개월을 계기로 난입 사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이식서스의 의사당 난입으로 미국 전역에서 1069명이 기소됐는데, 350명은 경찰관이나 의회 직원을 폭행 또는 방해한 혐의로, 그중 110명은 살상 가능 무기로 경찰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의회 경비 인력을 포함 140명의 경찰관이 폭행을 당했다. 기소된 인원 중 594명이 유죄를 인정했고, 이들 다수가 징역형을 선고받았거나 선고받을 예정이다. 의사당 기물 파손 등 재산상 손실은 288만달러(약 37억원)로 집계됐다.

법무부 발표를 비웃듯이 2020년 대선 부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원에 출석해 미국에 대한 사기, 투표권 침해, 선거 진행 방해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으면, 박해하거나 기소하는 일이 미국에서 다시 벌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선거 사기 주장을 이어갔다.

CNN방송 여론조사(7월1~31일, 미국 성인남녀 1279명 대상)에서는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69%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승리에 필요한 득표를 하지 못했으며 적법하게 승리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이 세 번째 출석인 만큼 시위대 등 인파가 적게 몰렸다고 하지만 미국의 분열상을 들여다보기에는 충분했다. 본인도 제이식서스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시위자,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죄라고 외치는 사람들, 그들에 맞서 트럼프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는 이들이 뒤엉켰다. 그 뒤 1㎞ 남짓 거리에 연방의회 의사당이 보였다. 한동안은 미국이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넘어서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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