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사람[내가 만난 名문장/김종욱]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동명 창작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소설 '김종욱 찾기'는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첫사랑의 추억을 다루고 있다.
김종욱과 동명인 나는 십수 년 전 '김종욱과 동반 1인 뮤지컬 무료 관람' 이벤트 덕택에 공연 관람 후 수십 명의 '김종욱'들과 무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 경험이 있다.
함께 쇼핑 나온 아내가 거울 앞에서 보라색과 분홍색 옷을 들고 "여보, 나 어떤 색이 어울려?" 물어보면 무심한 남편들은 "둘 다 괜찮아"라고 말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시인 조지 바이런
동명 창작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소설 ‘김종욱 찾기’는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첫사랑의 추억을 다루고 있다. 김종욱과 동명인 나는 십수 년 전 ‘김종욱과 동반 1인 뮤지컬 무료 관람’ 이벤트 덕택에 공연 관람 후 수십 명의 ‘김종욱’들과 무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쑥스럽다며 무대로 나오지 않고 객석을 지켰던 여자친구는, 지금 내 반려자가 되어 세 남매 엄마로서 씩씩한 삶을 살고 있다.
소통 강사로 유명한 김창옥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보라색은 어려 보이고, 분홍색은 날씬해 보이네!”라고 답해야 한다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단함을 피하는 동시에, ‘적’의 추가 공세를 차단하는 기막힌 처세술에 남편들은 열광했다. 나 역시 ‘보라색은 어려 보이고…’를 틈틈이 외우고 있다. 아내가 물어보면 구구단처럼 튀어나올 수 있도록.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뙤약볕이 한참이던 어느 날, 점심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내 앞에 한 노년 부부가 걸어가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치려던 내 시선에 들어온 할머니의 앙증맞은 꽃무늬 양산과 두 분의 승강이. ‘나는 괜찮다’는 할아버지를, 할머니가 타박하며 작은 양산 아래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도망가려는 할아버지 옷깃을 꽉 붙잡고 양산을 씌우느라 할머니 머리 위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정작 당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잠시 후 할아버지는 체념한 듯 슬며시 꽃무늬 양산 아래로 들어오더니 할머니와 나란히 걷는다. 참으로 굉장한 적이 아닐 수 없다.
김종욱 제우스투자일임사 대표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탈-축소-연기… ‘꿈’ 못펼치는 K잼버리
- [정용관 칼럼]광화문의 검은 물결… 교육이 죽었다
- 한반도로 방향 튼 태풍 ‘카눈’… 10일 경남 해안에 상륙할 듯
- ‘살인 예고’ 글 올린 54명 검거… 검경 “구속수사 적극검토”
- ‘치료 사각’ 중증 정신질환자 1만4000명… 그중 28명만 치료명령
- [횡설수설/김재영]장롱 속 ‘신사임당’의 귀환… 숨은 155조 원은 어디에
- 野, 작년 국감때 “폭염-배수 등 문제”… 김현숙 “대책 다 세워놔”
- ‘노인 비하’ 김은경 “시부모 모셨다” 진실공방
- 윤관석에 돈봉투 수수 의혹 의원 20명 수사… 민주, 강력 반발
- ‘尹대통령 창당說’ 발언 신평 “전적으로 본인의 불찰”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