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원들 “폭염 대책 없어 난장판…샤워실·화장실 끔찍”
“멋진 경험 될 줄 알았는데 ‘생존 미션’ 변해”…식사도 부실
미국 부모 “참가비 6500달러…그 돈 내려 가족들 큰 희생”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에서 영국·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퇴영을 결정한 가운데, 잼버리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해외 학부모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철수했지만, 대규모 인원을 갑작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넉넉하지 않아 호텔에서도 비좁은 곳에서 열악하게 지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새만금 잼버리 관련 별도의 ‘제보 페이지’를 만들었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부모들의 인터뷰를 통해 스카우트 대원들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생생히 보도했다. 16세 아들을 한국에 보낸 영국인 어머니 A씨는 “내 아들은 그것이 ‘난장판’이라고 말했다”며 “스카우트의 모토는 ‘준비하라’인데,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위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했다”며 “폭염이 아닌 폭우에만 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잼버리의 많은 활동이 취소됐기 때문에 아들이 할 일이 너무 없어 땅의 구멍을 팠을 정도라고 말했다. A씨 아들은 서울로 왔지만, 열악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아들이 공항 근처 비좁은 호텔의 방바닥에서 3명과 함께 자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일부 스카우트 대원들이 한 방에서 5명씩 지내고 있으며, 최대 250명이 숙박 시설 부족으로 서울의 한 호텔 연회장에서 자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또 다른 어머니는 “16세 딸에게 멋진 인생 경험이 될 줄 알았던 것이 ‘생존 미션’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의 딸은 어머니에게 “샤워실과 화장실이 끔찍했고, 안전하지 않았다”며 “떠다니는 쓰레기와 머리카락 등이 배수구를 막고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의 철수는 시설과 음식 등의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연맹의 팀원은 잼버리의 화장실을 보건 위협으로 묘사했고, 식사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스카우트 측은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참가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원들은 서울 등에서 머물다가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역시 조기 퇴영을 결정한 미국 스카우트 대원 1100여명도 6일 새만금을 떠나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했다. 17세 아들 코리를 잼버리에 보낸 버지니아주의 크리스틴 세이어스는 로이터통신에 “아들이 잼버리에 가기 위해 6500달러(약 850만원)를 지불했는데, 그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었다”면서 “그 돈을 지불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많은 걸 희생했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과 스웨덴, 사우디,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 대부분 대표단은 잔류를 결정하고, 행사를 끝까지 마친다. 일부 스카우트 대원들은 조기 퇴영 소식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두 자녀를 잼버리에 보낸 한 영국인 아버지는 “아이들이 일찍 떠나는 것에 대해 좌절하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15세 딸이 화장실이 조금 끔찍하다고 했지만,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했다”며 “행사가 일찍 끝나서 모두 망연자실했다”고 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주 지역대, 한국 첫 조기 철수…‘개별 퇴영’도 잇따라
- 삼성 의료진·임직원 파견 등 기업들 ‘잼버리 지원’ 팔 걷어
- 지자체들, 정부 요청에 90개 관광 프로그램 ‘급조’
- 전북도, 여론 돌리려 민간단체들 동원해 ‘호소문’
- ‘관광’으로 바뀌는 ‘파행 잼버리’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