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탄소중립 향해 태양광 공격적 투자…한국은 되레 후퇴
한국은 재생에너지 규제 강화…올해 국내 태양광 신설은 16% 감소할 듯
글로벌 트렌드 역행…수출입은행 “정부, 신재생에너지 목표치 하향 탓”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온양사업장에 0.2㎿(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고 ‘2023년 지속 가능 경영보고서’에서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과 기흥사업장에 각각 1.9㎿, 1.5㎿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런 규모로는 연간 전력 생산량이 평균 5GWh(기가와트시) 남짓에 불과하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자체 발전으로는 한계가 있어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살 때 웃돈을 지급하는 대가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는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통해 수백 GWh의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한 해 2만GWh에 가까운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2042년 경기 용인·평택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들어서면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5%로 전국 평균(6.9%)에 한참 밑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기도에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 건설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족한 전력은 대규모 송전망 건설을 통해 호남과 강원·경북 지역에서 끌어올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탄소중립은 이익과 직결된 문제다. 애플은 삼성전자 등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제조 과정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 몇몇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장기 구매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REC는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기업들이 REC를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가 부족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통신사와 유통사 등 국내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0.1%도 안 되는 등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규제와 인허가 지연으로 재생에너지 조달에 드는 비용이 유럽의 1.5~2배 수준에 달하는 점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최근 재생에너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기업들의 RE100 달성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하향 조정하는 등 정부 정책 변화 때문에 올해 국내 태양광 발전 설치량이 2.5GW(기가와트)로, 전년 대비 16.7%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태양광 발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미국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올해 4월까지 태양광 발전 설치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뛴 48GW를 기록했다. 세계 2위 태양광 시장인 미국도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입은행은 올해 미국 태양광 신규 설치 전망치를 30GW에서 35GW로 상향 조정했다.
수출입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가뭄과 태풍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화석에너지 사용을 낮추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필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발전 분야 청정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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