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이번엔 러 흑해함대 때렸다
케르치 해협에선 러 최대 유조선 공격…흑해로 ‘확전’
러시아군, 극초음속 미사일 등 동원해 우크라에 보복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흑해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드론이 지난 3일 러시아의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에 있는 러시아 해군기지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과 해군이 무인 드론으로 러시아 함대 상륙함인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호를 공격했으며, 이 군함이 심각한 손상을 입어 전투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노보로시스크 공격은 러시아의 주요 항구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첫 공격으로 평가된다. 특히 러시아로선 작년 4월 흑해함대의 기함이던 모스크바호가 격침당한 이후 가장 심각한 군함 피해로 분석된다.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흑해에 배치한 상륙함 3척 중 하나다.
노보로시스크항은 러시아의 주요 산물인 석유와 곡물을 수출하는 허브이자 흑해함대 기지여서, 러시아의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산 원유가 매일 평균 180만배럴 수출된다.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약 2%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이튿날에도 흑해와 아조우해를 잇는 크름반도 인근 케르치 해협에서 러시아 최대 유조선 중 하나인 SIG를 해상 드론으로 공격했다. SIG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는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에 연료를 공급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이다. 다만 이번 공격에 따른 사망자는 없었으며, 유조선은 엔진실 쪽 흘수선(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에 구멍이 생겼으나 침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들은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방해하고 기간시설을 파괴한 데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앞서 러시아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한 뒤, 우크라이나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를 공습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노보로시스크항을 타격하며 흑해의 전운은 다시 고조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아나파, 노보로시스크, 겔렌지크, 투압세, 소치, 타만 등 러시아의 흑해 항구 6곳이 ‘전쟁 위험 지역’에 속한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은 흑해가 새 전선으로 떠오른 배경에 전투의 주무대를 러시아 본토로 옮기려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대반격 개시 이후 러시아의 방어를 좀처럼 뚫지 못하자, 최근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기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시민들의 불안을 자극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전 구상을 흔들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전문가 케이어 자일스는 CNN에 “우크라이나는 전쟁에 대한 러시아 여론이 종전을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자국 군함과 유조선이 기습당한 것과 관련해 5일 성명을 내고 “이를 조직한 이들은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러시아군은 그 뒤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서부 흐멜니츠키를 타격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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