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평화회의, 사우디서 개막…빈살만의 ‘줄타기 외교’ 성공할까

손우성 기자 2023. 8. 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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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국 참석…서방과 중·러, 중립국 사이에서 성과 낼지 주목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막했다. 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의엔 브라질과 인도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립을 표방한 국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는 참가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중립국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전에 돌입했지만, 외신들은 주최국 사우디와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사진)의 ‘줄타기 외교’ 성공 여부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40개국 외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며 “우크라이나에 영구적인 평화를 구축할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우크라이나를 도왔던 국가뿐 아니라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이집트 등 중립국 상당수도 참여했다.

우크라이나는 사우디의 도움으로 중립국을 상대로 러시아 제재 필요성을 강조할 기회를 얻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을 일컫는 단어)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식량 안보 문제도 다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사우디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여론전 판을 깔아주면서도 거리감을 유지하는 행보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TV는 이날 ‘회의의 민감성’을 이유로 행사장 외부에서만 중계를 이어갔다. 주요 일정과 참석자 발언은 공개하지 않았다. NYT는 “사우디는 회의를 주최하면서도 러시아를 소외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런 사우디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중립국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국제 고문인 셀소 아모림은 회의에서 “이번 전쟁은 러시아와 서방 간의 오랜 경쟁의 한 장일 뿐”이라며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특히 사우디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도 성공한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6월 덴마크에서 열린 1차 회의엔 참가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리후이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를 파견했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회의가 빈살만 왕세자의 외교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빈살만 왕세자는 자신의 지역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지닌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면모를 보일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바다르 알샤리프 쿠웨이트대 역사학과 교수도 “사우디는 평화회의 주최로 활력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줄타기 외교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사우디는 지난 3일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원유 감산 기조를 다음달에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에너지 가격 인상을 위해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 조절을 희망하고 있지만, 최근 러시아가 사우디의 기대보다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전략이 다소 흐트러졌다.

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는 우크라이나 외교에 뛰어들 때 조심해야 한다”면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에 위험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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