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범벅에 조리흄 공포…후드만 바꿔도 유해물질 2/3 줄인다
학교급식 노동자 31명 폐암 확진.
폐암 의심·매우 의심 139명.
이들에게 일터는?
[김용하/급식 조리사/경력 10년 : "환기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까 가스 누출이 심해요. 갑자기 쓰러질 정도로 호흡이 좀 안 된 정도도 있고…"]
[서귀숙/급식 조리사/경력 27년 : "누워있는 게 아니고 잠깐 물 한 잔 먹고 쉬었다가 다시 투입되는 실정이니까."]
[백경자/급식 조리 실무사/경력 18년 : "지치죠 완전. 더위를 먹는다 해야 하나. 주위에 폐가 안 좋은 분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앵커]
이런 극단적인 일터, 급식 노동자들이 겪는 일상입니다.
결국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는데요.
일이 고되기도 하지만, 음식할 때 나오는 유해물질로 폐암 발생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KBS가 실험을 해 보니 연기를 빨아들이는 후드만 바꿔도 유해물질의 3분의 2가 줄었습니다.
시설 개선에 속도를 내자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석 달 전 환기시설을 모두 교체하고 다시 문을 연 초등학교 급식실.
가스레인지도 전기 인덕션으로 바꿨습니다.
[손미숙/남양초등학교 급식 조리사 : "(예전에는) 가슴이 좀 답답하고 머리가 무겁고 그랬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저희가 공사를 급식을 개시 한지가 두 달 됐는데 그런 적이 거의 없었어요."]
식재료를 기름으로 튀기거나 볶을 때 나오는 유해물질 '조리흄'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조리흄'은 세계보건기구가 발암 의심 물질로 분류합니다.
이 조리실은 실내 공기 질 개선을 위해 후드 등을 지난해 말부터 바꿨는데요.
이 변화만으로 조리 때 나오는 유해물질이 크게 줄었습니다.
전문가 도움을 받아 실험해 봤습니다.
후드를 켰을 때 PM 0.3 이하의 초미세 분진은 110만 정도입니다.
그런데 후드를 끄자 수치가 450만으로, 3배 넘게 치솟습니다.
환기설비인 후드 성능은 공기를 얼마나 빠르게 빨아들이냐가 핵심인데, 설비에 따라 10배까지 성능 차이가 납니다.
[김태형/창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공사 전후 비교하면) 미세먼지 0.3마이크론, PM 0.3이 20분의 1로 줄었고요. 일산화탄소가 3분의 1 정도로 줄었습니다."]
급식실 환기 설비의 성능과 설치 기준이 만들어진 건 불과 2년 전.
급식 종사자가 처음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게 계기였는데, 만 천 여개의 학교 급식실 가운데 여전히 6천 3백곳은 구형 설비를 씁니다.
그 사이 폐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급식 종사자는 84명으로 늘었습니다.
또 종사자 만3천여명이 최근 3년새 학교 급식실을 떠났습니다.
[급식 조리사/폐암 확진/경력 21년 : "다시 돌아가긴 해야 되는데 그만두고 싶기도 해요, 사실은. 거기서 폐암에 걸렸는데 또 거기 들어간다는 그 자체가 두렵죠."]
교육부는 내년부터 3년 동안 나머지 6천 3백 곳의 구형 환기설비를 바꿀 계획이지만, 더 서두르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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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279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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