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공장 돌고 소총 시험사격…김정은의 대러 ‘무기 세일즈’
포탄 등 대량 생산 능력 강조
한·미 ‘을지군사훈련’ 앞두고
‘대남·대미 경고 차원’ 해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을 둘러보고 ‘국방경제사업’과 무기 현대화를 강조했다. 러시아에 무기 수출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의 공식매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3~5일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과 전략순항미사일, 무인공격기 엔진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공장경영사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들과 새로운 탄종을 계렬(계열) 생산하기 위한 능력조성사업 등 국방경제사업의 중요방향”을 제시했다.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은 처음 등장했는데 대러 무기 수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기념식 계기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2023’를 돌아봤다. 무기를 러시아에 수출하고 군사 기술을 제공받는 등 북·러 군사 협력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공장 시찰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 차원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무기의 정확성을 담보하면서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기 수출이나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에 필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번 보도에서 무기 생산 공정의 자동화, 현대화, 대량화를 강조한 것과도 맥락이 같다.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다. 이날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일정 중 가장 먼저 소개된 것도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공장 방문이었다. 포탄은 북한이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표적인 무기다.
김 위원장이 전략순항미사일과 무인공격기 발동기(엔진) 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는 점에서는 두 무기체계의 대량 생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소총을 발사하는 장면 역시 처음 보도됐다. 소총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재래식 무기 중 하나다.
대남·대미 경고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오는 21~24일 한·미 군사연습과 연계돼 시행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예정돼 있다. 북한이 여기에 맞대응할 전력을 갖췄다는 점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계열의 저격무기”의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새 저격무기 언급은 북한 보도에서 처음 등장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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