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이해 힘들었던 염해상 캐릭터 연기…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한걸음 성장”
“귀신을 볼 수 있는 민속학 교수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악귀 쫓아
나만의 방식으로 캐릭터 표현 노력
사고 희생자들 추모하고 아픔 공감
사람 냄새나는 인물로 그려냈죠”
“(SBS ‘악귀’는) 염해상을 만나서 (제가) 한 걸음 성장한, (저를) 성장하게 만들었던 작품으로, 제 필모그래피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악귀를 다룬 오컬트(신비학) 드라마 SBS ‘악귀’에서 귀신을 보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을 연기한 오정세 배우가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번 드라마가 어떻게 기억에 남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외로운 인물이고 민속학자이고 귀신을 보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으로, 글(대본)로만 봤을 때는 매력이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김은희 작가님을 믿고 염해상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저만의 방식으로 염해상을 만나려고(연기하려고) 노력했죠.”
오정세는 염해상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저도 염해상과 같았어요. 악귀를 잡아야 하지만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아무런 설계가 없는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염해상이라는 인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연기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처음엔) 몰랐죠.”
그의 배역 소화는 염해상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염해상은 악귀를 잡으러 가야 하는데 자주 다른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그쪽으로 빠지더라고요. 저쪽(악귀)으로 가야 하는데 왜 이쪽(다른 사건)으로 가는지 궁금증이 생겼고, 그게 염해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그는 주변에 보이는 어떤 것을 놓치고 가는 사람이 아니구나. 작은 선한 행동들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그런 범주 안에 염해상이 있었구나. 그리고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더라고요.”
2화에서 반지하 골방에 갇혀 아동학대를 당하던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싸움한 뒤 염해상이 얼음찜질을 하는 장면에 대해선 “염해상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드라마 내내 소소한 염해상의 매력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오정세는 “작품마다 넘어야 할 산들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산은 염해상을 만나는 것이었다”며 염해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람을 위하는 염해상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했고, 이를 통해 배우와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안타까운 사건·사고를 접하면 미디어를 통해 보고 ‘안됐다. 안타깝네’라고 생각했다면, 염해상을 만난 후엔 조금 더 가까이 가서 (피해자에게) 마음을 전했던 것 같아요. 그 장소에 가서 마음을 조금 더 드리고 왔어요. 미디어에 노출되는 곳들도 가고, 최근엔 ‘악귀’ 모임에서 구산영(김태리)과 그런 장소에 가서 마음을 드리고 오기도 했죠.”
오정세는 “내 안에서 염해상이란 인물과 ‘악귀’라는 작품을 잘 걸어온 것(만들어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며 “장르적 재미를 추구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의 (그 이상의) 가치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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