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기후위기에 관한 불편한 진실…기후위기와 불평등
기후위기, 불평등하다는 특징 가지고 있어
기후위기와 사회불평등 구조적으로 악순환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장마가 끝난 후 ‘지글지글 끓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요. 내리쬐는 햇볕 아래 서면 뜨거운 걸 넘어서 따가울 지경인데요. 기후위기가 피부로 와닿는 것만 같아요. 한 해가 다르게 뜨거워지는 기분인데요. 기후위기는 점점 더 두려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호우 극한폭염을 번갈아 겪으며 수많은 희생자가 속출했습니다. 극한호우로 인한 침수와 산사태 등으로 46명이 숨졌고 4명이 실종됐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자는 이미 24명입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3배 높은 수치죠. ‘살인적인 더위’라는 말을 더 이상 비유로만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이상기후는 이미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훨씬 더 위험하고, 파괴적이며, 극단적으로 다가오게 되겠죠.
기후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죠. 이란 서남부 지역은 낮 기온이 50도에 달하면서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일본은 125년 만에 가장 더운 7월을 보냈고, 미국 피닉스는 43도가 넘는 폭염이 30일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고, 지중해 연안은 폭염과 산불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해빙되면서 수만 년 간 얼음 속에 잠들어있던 고대 세균이 방출돼 제2의 팬데믹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이지고 있습니다. 폭염과 폭우, 가뭄 등의 기후재난으로 인한 식량위기가 지구촌을 덮쳐 ‘애그플레이션’은 더 극심해지겠죠. 기후 변화와 위기를 넘어 위협의 시대에 도래한 것입니다.
기후위기가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불평등’하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가 전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위협이고, 평등하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빈곤한 국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성공회대 조효제(사회과학부) 교수는 “기후위기는 현재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며 “이것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1961~2010년까지 반세기 동안 전 지구적 차원에서 기후변화가 불평등에 준 영향을 역사적으로 고찰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 불평등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 기간 중 부자 나라는 더 부자가 됐고, 가난한 나라는 더 가난하게 됐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없었다고 가정한 상태보다 부국과 빈국 사이의 불평등 격차가 25%나 더 벌어졌죠.
추운 한대지역 국가들은 이 시기 동안 기온이 오르면서 농작물 경작과 노동 생산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봤습니다. 이것을 ‘지구온난화의 역설적 혜택’이라고 합니다. 반면 열대지역 국가들, 특히 아프리카의 적도권 나라들은 같은 기간 동안 대단히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모리타니아와 니제르 등의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경제 상황이 40%나 나빠지면서 ‘지구온난화의 불공평한 벌칙’을 받았습니다. 농작물 수확과 노동 생산성이 낮아지고, 사람들의 인지적 능력과 집중도가 떨어지며 개인 간 갈등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반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낮았던 18개국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27% 이상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높았던 19개국 중 14개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3% 증가했죠. 물론 초기에 지구온난화의 혜택을 받은 부국이라 해서 그 영향이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부국에서도 피해가 커지고, 불평등이 늘어나고, 잠복해있던 사회문제들이 뒤늦게 터져나오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는 국가간 불평등을 악화시키면서 동시에 모든 나라에 피해를 끼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기후위기가 국가와 국가 간 부의 차이에 따라 불균등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기후위기는 같은 나라 안에서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집은 폭우가 쏟아져도 집 안에 있으면 안전합니다. 하지만 어떤 집은 폭우가 쏟아지면 집이 침수될 위기에 처하고, 대피하지 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폭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집은 에어컨을 틀어서 더위를 이겨내고, 어떤 집은 선풍기만으로 버텨냅니다. 어떤 집은 아무런 냉방기구 없이 끓는 듯한 더위를 참아내다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기후위기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결과는 불평등하게 작용합니다.
기후위기와 사회 불평등은 구조적으로 악순환합니다. 기후위기는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기존의 취약계층에게 더 심하게 악영향을 주고, 취약계층은 더욱 불평등해집니다. 취약계층이 힘들어질수록 기후행동을 할 수 있는 시민적 역량이 줄어들게 되죠. 조 교수는 “기후위기가 사회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역으로 사회 불평등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면, 환경정의와 사회정의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며 “이것이 기후위기 시대에 사회적 응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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