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중단은 피했지만… '반쪽' 된 잼버리
야외 행사 대부분 취소, 국내 관광 대체
K팝 콘서트도 11일 전주 개최 일정 변경
폭염 속 부실 운영으로 파행 직전까지 갔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 참가자가 많은 일부 국가들이 조기 퇴영하고, 야외 행사 대부분이 취소돼 국내 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대체되면서 ‘속 빈 강정’이란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 긴급 개입, 정상화 수순
세계잼버리는 중도 포기란 최악의 상황은 일단 면했다. 6일 대회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잼버리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400여 명을 보낸 영국을 비롯해 미국(1,500명), 싱가포르(60명)가 조기 퇴영하면서 한때 대회 중단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주최 측은 예정대로 12일까지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 세계의 걱정과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듣던 야영장 상황도 정부가 뒤늦게 적극 개입하면서 전반적으로 개선된 모습이다. 조직위원회는 이날 참가자들의 더위를 식히기 위한 냉각 버스를 132대 추가 배치해 262대로 늘렸고, 그늘막 62동, 물놀이 시설 8곳을 추가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위생 문제가 불거진 화장실과 샤워실 청소 인력도 930명을 더 투입했다. 참가자들에겐 1인당 5개의 냉동 생수를 제공하고, 야영장 곳곳에도 냉동 생수를 배치해 언제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의료인력도 전날 의사 17명, 간호사 18명, 응급구조사 1명, 행정인력 19명 등 55명이 추가 파견됐다. 공동조직위원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대회 전반부에 준비 부족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2, 3배 이상의 재정, 인력을 동원해 어떠한 불편도 없이 대원들이 무사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참석 없는 반쪽 행사
그러나 현재 새만금 야영지에 남은 152개국 3만7,000여 명의 대원을 위해 진행됐어야 할 140개 넘는 야외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충남 보령 여름 축제, 경북 안동 소수서원 방문, 기업 탐방 등 90여 종의 국내 관광 프로그램이 긴급 도입됐다. 서울시와 부산시도 참가자들이 둘러볼 수 있는 관광코스를 마련하는 등 지자체들도 행사 정상화에 가세했다. 그러나 세계 청소년들이 함께 야영을 하며 문화를 교류하고 우애를 나눈다는 잼버리 본래 취지는 사라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라는 정부와 조직위의 대대적 홍보도 머쓱해졌다.
이날 오후 8시 개최될 예정이었던 이번 행사의 핵심 프로그램인 ‘K팝 콘서트’는 11일로 연기됐다. 장소도 새만금이 아닌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4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관중석 88%에 지붕 덮개가 설치돼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의료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K팝 콘서트 개최에 따른 온열환자 발생을 우려했다”며 “출연진 등도 보강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범죄 논란에 국내 대원 첫 퇴영
이 와중에 야영장 내에서 성범죄 논란까지 불거지며 한국스카우트 전북연맹 소속 대원 80여 명이 이날 퇴영했다. 잼버리 개막 후 국내 스카우트의 단체 퇴영은 처음이다.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태국 남성 지도자가 3칸으로 나눠진 영내 여자 샤워실 중 한 곳에서 씻다 다른 칸에서 샤워하던 국내 여성 지도자에게 발각됐다. 경찰은 성적 목적은 없다고 판단해 건조물 침입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고, 세계스카우트조직위도 가벼운 조치인 경고를 취하고 종결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북연맹 측은 “태국 지도자가 여성 대원을 따라 들어왔는데 샤워하러 왔다고 거짓말한 것”이라며 “며칠이 지났는데 조직위 차원에서 아무 조치가 없고, 피해자 보호와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브리핑에서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발언해 성범죄 의혹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아니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안=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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