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휴가 징크스’에 연일 현안 지시… 복귀 후 정국도 산적 [용산 프리즘]

곽은산 2023. 8. 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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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프리즘’은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세계일보 기자들이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이면의 이야기와 내부 소식,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대통령실이 이끄는 ‘대한민국호’의 현주소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주요 대목마다 프리즘을 비추겠습니다. 또 주요 정책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소개하며 독자 여러분들이 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합니다. 저희도 공부하고 알아보며 주요 사안의 역사적 맥락과 법적 근거 등 배경에 대해 ‘친절한 기자들’이 되어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2일부터 6박7일간 여름휴가에 들어간 윤석열 대통령이 현안 대응에 파묻힌 휴가를 보내고 있다. 당초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 정국 구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지만 새만금 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와 흉기 난동 사건 등 굵직한 이슈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 중 각종 사건·사고를 마주한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과 한·미·일 정상회담, 추가 개각 등 휴가 직후 이어질 각종 현안도 검토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경남 거제 고현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첫날이었던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새만금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네 차례 공개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전북 부안에서 열린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뒤 “시설 및 안전 대책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지시에도 편의시설 부족과 온열질환 환자 발생 등 문제가 속출했고,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일부 참가국들의 잼버리 이탈이 이어지면서 전날에는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이날도 “무더위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며 “특히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새만금 잼버리 지원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가 개최돼 윤 대통령이 예비비 69억원 지출안을 재가했다는 공지를 연이어 전했다.
지난 4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주변을 구경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잼버리 폭염 상황을 보고받고는 "냉방 버스를 야영장에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초강경 대응 지시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휴가 사흘째였던 지난 4일 이 장관에게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은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라며 “SNS 상으로도 협박문자가 올라온 만큼 정부는 사전 예방을 위한 경비 인력 투입과 실효적이고 강력한 진압장비 휴대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1박을 한 뒤 장병들을 격려했고, 경남 거제 고현 종합시장을 찾아 횟감 수산물을 구매하고 상인들과 만났다.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초계함 천안함을 상징하는 'PCC-722' 문구가 새겨진 모자와 천안함 티셔츠를 착용하고 군항을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현안에 대응하느라 당초 내수 진작과 민생 활성화를 위한 휴가를 보내겠다던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묻힌 게 아니냐는 지적에 “거제 시장에 방문해 상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을 때 대통령의 생각이 상당 부분 전달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행사를 한두 번 더 할 수 있었지만, 한 번도 적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조기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주일의 휴가 기간을 공식 발표한 것은 공무원들도 휴가를 가서 내수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라는, 즉 공직사회에 메시지를 줬던 것”이라며 “예정대로 휴가 일정을 다 소화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휴가 기간 검토해야 할 대내외 현안도 산적해 있다. 윤 대통령은 당장 휴가 직후 광복절 특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번 특사에 경제인이 대거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휴가 중 명단을 최종 검토한 뒤 오는 14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사면 대상을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18일 미국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북핵 위협 대응,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 공조 방안 등도 당면 점검 과제다. 당초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로 예상됐던 추가 개각의 경우 각 부처 쇄신과 총선 정국 등이 맞물린 상황에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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