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북한의 세계기록유산
조선 정조의 명을 받아 1790년 군용 무술 교본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가 간행됐다. 당시 무예서들을 참고하고 중국·일본 무예와 비교 분석해 창술, 검술, 권법 등 24가지 무예를 그림과 함께 설명했다. 이 교본은 2017년 10월 북한의 첫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북한은 <무예도보통지>가 현대 북한 태권도의 원형이라고 했다.
질문이 뒤따랐다. 목판본인 이 책은 남한에도 서울대 규장각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수십권이 온전한 형태로 보존돼 있는데 왜 북한의 유산이 됐냐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소장 기관이 신청한 기록물을 대상으로 등재 후보를 정하는데, 소장 기관들이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일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한 무예와 군사기록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선조 31년(1598년) 편찬된 국내 최고(最古) 무예서인 <무예제보>가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혼천전도(渾天全圖)는 조선 영조 때 만든 목판본 천문도다. 가로 79.4㎝, 세로 125.5㎝ 크기다. 직경 57.6㎝ 원 안에 336개 별자리와 1449개 별이 새겨졌다. 북반구에서는 눈으로 관측할 수 없는 남반구의 별자리 121개도 그려졌다. 원 밖에는 태양과 달, 화성·금성·수성·목성·토성 등 행성 관측도, 24절기, 일식·월식 원리 등이 담겼다. 조선의 전통 천문 지식과 서양 천문 지식의 융합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혼천전도가 지난 5월 두번째 북한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이를 뒤늦게 보도하며 “18세기 우리나라의 천문학 발전 면모를 보여주는 귀중한 천문유산”이라고 소개했다. 혼천전도는 규장각, 성신여대 등에 목판 원본과 필사본이 10점가량 있다.
유네스코가 <무예도보통지>와 혼천전도의 독창성과 가치를 인정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북한도 실물을 가지고 있어 따로 신청할 자격은 있다. 하지만 민족의 공동자산이 북한 유산으로 단독 등재된 것은 아쉽다.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데는 남북 모두 책임이 있다. 남북이 공동연구를 통해 기록유산과 무형유산을 세계의 문화재로 공동 등재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물꼬가 트여야 하는데 현재로선 대화조차 어려우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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