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년 만의 부활 [만물상]
‘아기공룡 둘리’는 1억년 전 빙하기에 냉동됐다가 얼음이 녹는 바람에 현대에서 깨어난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선 과학자들이 중생대 때 호박에 갇힌 모기에서 공룡 피를 추출, 공룡 DNA를 복제한다. 현대 과학자들은 두 모델을 합친 방법으로 매머드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스타트업은 동토층에서 발굴된 매머드 사체에서 DNA를 추출, 아시아 코끼리 난자에 넣어 수정란을 만드는 방법으로 매머드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의 한 물리학자가 불치병 치료, 인간 수명 연장의 해법으로 ‘냉동 인간’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시신을 냉동 보존해 두었다가 먼 미래에 깨워 다시 살게 하자는 것이다. 미국 한 기업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했고,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첫 냉동 인간이 됐다. 전신 냉동 가격은 20만달러, 머리만 냉동은 8만 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 냉동 인간은 600여 명에 이르고 대기자가 3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영화 ‘아바타’에선 우주인들이 냉동 수면에 들어가 4.37광년 떨어진 행성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체를 냉동시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언젠가 올 우주 개척 시대에 꼭 필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기술적 난도가 높다. 물이 얼음이 되면 부피가 증가해 세포막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난자 냉동은 초급속 냉동으로 얼음 특유의 육각 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게 해 세포막 손상을 막는다. 하지만 사람 신체 구석구석까지 동시에 균일하게 급속 냉동시키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4만6000년간 잠들어 있던 벌레를 부활시켜 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앞서 프랑스 마르세유대학 연구팀은 동토층에서 3만년 동안 냉동돼 있던 바이러스 7종을 찾아낸 바 있다. 잠에서 깬 바이러스는 아메바를 감염시켜 세포막을 파괴하는 등 강한 번식력을 보였다고 한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 성과가 축적되면 멸종 동물의 부활이나 냉동 인간도 가능해질지 모른다.
▶고대 생명체는 인간 면역체계가 접해 보지 못한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 같은 팬데믹(대량 감염)을 촉발할 수 있다. 2016년 폭염 탓에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노출된 사슴 사체와 접촉한 사람들이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탄저균에 감염돼 1명이 사망한 일도 있다. 1979년 지구에서 박멸된 것으로 선언된 천연두 바이러스가 동토층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와 자원 개발로 동토층 파괴가 확산되면 미지의 위험도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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