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득 역진적 대중교통 요금제, 이대로 둘 것인가
대중교통은 통근과 통학, 쇼핑·여가·친교 등 여러 목적의 통행처럼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교통체증 완화와 환경보호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현재 적용되는 거리비례제 대중교통 요금은 이동 거리에 따라 요금이 결정되는 체계다. 수익자 부담 방식인 거리비례 요금제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거리비례로 대중교통 요금을 산정하는 방식은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이 생업을 위해 긴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 더 많은 요금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적 약자들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도시권역에서 소득이 낮은 계층은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지역에 있는 주거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도시 외곽에 있는 주거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고, 거리비례제에 따라 통행에 필요한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는 소득 역진적 경향을 띠고 있다.
단일요금제는 모든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동일한 요금을 부과하는 체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이동거리나 자신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한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원거리 통행을 하는 대중교통 이용자가 동일한 비용을 지불해 소득 역진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아울러 장거리 여행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해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단일요금제도 지금처럼 무료환승 혜택을 부여해 대중교통 이용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일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월 9유로(약 1만3000원)짜리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교통카드를 도입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9유로 티켓은 5200만장이 발행돼 2022년 6~8월 3개월 동안 월평균 10억 통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5월1일부터는 월 49유로(약 7만원)짜리 교통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이 티켓으로 고속철도를 제외한 시내버스, 지하철, 시외버스, 지역 간 철도 등을 이용해 전국을 이동할 수 있다.
대중교통 요금제도의 소득 역진적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적 대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일 사례와 같이 정액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독일처럼 무제한 이용하게 하는 파격적인 방식은 아니어도 출퇴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월 이용 빈도에 여유를 둬 발행한다면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처럼 특정 연령대나 소득 계층을 위한 요금 할인 및 대중교통 이용금액 환불 정책도 고려해볼 만하다.
대중교통 지원정책은 인플레이션이나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상황에 실질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효과를 지닌다. 하지만 정부는 상당한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지원은 국민의 이동권 보장과 지속 가능한 도시체계 구축이란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정한 대중교통 요금제를 도입해 사회적 포용성을 강화하면서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서민들의 경제적 안정을 지원해야 한다.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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