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이젠 잊기로 해요
좋은 노래는 시대를 초월한다. 최근 가수 김완선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부르는 ‘이젠 잊기로 해요’(사진)는 49년 전 이장희가 처음 발표한 이후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사람 없는 성당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던 걸 잊어요/ … 술 취한 밤 그대에게 고백했던 모든 일들을/ 잊어요.”
담백한 화법으로 이별을 노래하지만 그 뒤에 슬픔의 정서가 뚝뚝 묻어난다. 청년 이장희가 이 노래를 발표한 건 1974년이다. 저 유명한 영화 <별들의 고향> OST에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한 잔의 추억’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 등 명곡 반열에 오른 곡들과 함께 수록됐다.
1986년 이모인 한백희의 스파르타식 조련을 거쳐 열일곱 살의 나이로 데뷔한 김완선은 ‘한국의 마돈나’로 불렸다. 탁월한 춤솜씨 때문에 댄스 가수로 부각됐지만 당대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참여한 앨범은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다. 이장희도 산울림의 김창훈, 신중현 등의 뒤를 이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당시 한백희 대표는 미국에 거주하다가 잠시 귀국한 이장희를 만나 3집 앨범의 프로듀싱을 부탁했다. 이장희는 ‘나 홀로 춤을 추긴 너무 외로워’를 타이틀곡으로 자신의 곡들을 리메이크해 김완선에게 부르게 했지만 크게 히트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1989년 4집 앨범에 수록한 ‘이젠 잊기로 해요’가 주목을 받았다.
걸그룹 멜로디데이의 여은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에서 이 노래를 불러 선풍적인 역주행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장희는 담백하게, 김완선은 섹시하게, 여은은 풍성하게 이 노래를 부른다. 가수마다 색깔이 분명해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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