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잡기 겁났던 주말 … 살인예고 54명 잡혔다

최예빈 기자(yb12@mk.co.kr), 권선미 기자(arma@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3. 8. 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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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일부터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백화점 등 전국 247개 장소에 경찰관 1만2000여 명을 배치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과 부산 서면역 등 11곳에는 전술장갑차를 투입했다. 김호영 기자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 용의자 54명(6일 오후 6시 기준)을 검거했다고 경찰이 6일 밝혔다. 시민들은 외출을 취소하는 등 불안한 주말을 보내야 했고, 일부에선 오인신고도 잇따르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전국 주요 도심과 지하철역을 겨냥한 살인예고 글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면서 경찰은 행정력을 최대한 동원해 글 작성자를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또 지난 주말엔 강남역, 부산 서면역 등 다중밀집 지역에 중무장 경찰특공대와 장갑차 등 경찰력을 집중 배치했다. 중무장 특공대와 장갑차가 형사사건에 동시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도 온라인상 위협글에 대해 협박죄 이외에도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을 적용하고 구속수사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온라인상 살인예비 위협글 게시를 단순 '장난'으로 보기 어렵다"며 "초동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법정최고형으로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24일 오후 8시께 인터넷 게임 채팅방에서 특정인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하고 흉기 사진을 찍어 올린 혐의를 받고 있는 A씨(33)에 대해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해 구속 송치했다. 경찰이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살인예고 글을 올린 게시자에게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이다.

지난 4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건물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돌아다닌 혐의를 받는 허 모씨도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잇단 흉기 난동 사건과 살인 예고글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말 외출을 취소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호신용품을 착용하는 시민들도 나왔다. 경기도에 사는 B씨(35)는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후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방검점퍼를 입고 외출했다. B씨는 "방검점퍼 가격이 만만찮고 또 입고 돌아다녀 보니까 너무 더웠다"면서도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 걸 보니 잘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흉기 난동범으로 오인 받아 경찰에 체포되는 사례가 벌어지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5일 오전 1시 30분께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쪽에서 칼부림 사건이 났다'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와 소동이 벌어졌다. 112에도 신고가 접수되며 한 남성이 현장에서 체포됐는데, 이 남성은 은색 볼펜을 들고 길을 지나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는 누구를 해치려는 행동을 하거나 난동을 부리지 않고 길을 가던 중에 경찰에 붙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건대입구역에서 칼부림 사건이 났다고 알려져 불안이 고조됐다.

같은 날 오후 12시 5분께 진주경찰서에도 "4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진주시 주약동 옛 진주역 부근에서 흉기를 든 채 이동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진주시는 곧장 이 남성에 대한 인상착의와 함께 주의를 당부하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이에 경찰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제보가 쏟아졌으나 역시 해프닝으로 끝났다. 인근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 C씨가 작업할 때 쓰는 로프 절단용 기구를 손에 든 채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당시 C씨는 적당한 도구가 없어 이를 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정부시 금오동 흉기 난동범으로 오해받은 10대 중학생 D군은 사복 경찰의 검거 과정에서 전신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D군 측에 따르면, 지난 5일 의정부시 금오동 부용천에서 검정 후드티를 입고 이어폰을 착용한 채 달리기를 하던 D군은 오인 신고로 인해 사복 경찰들에게 제압당했다. 이후 수갑을 찬 채 지구대로 연행됐으며, 오인 신고로 판명된 이후에도 경찰의 사과를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위독한 상태였던 60대 여성 E씨가 이날 새벽 사망했다. E씨가 숨지면서 이 사건 피해자는 '14명 부상'에서 '1명 사망·13명 부상'이 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서현역 사건 용의자인 최 모씨(22)에 대해 앞서 적용된 살인예비와 살인미수 외에 살인죄를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다. 전날 최씨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됐으며, 범행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7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최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최예빈 기자 / 권선미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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