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고귀한 희생 기억하겠습니다"…'정전 70년' 한국전 기리는 한국-캐나다
우렁찬 나팔 소리와 함께, 높이 4미터, 무게 10톤의 웅장한 기념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국전에 참전한 캐나다군의 공적과 두 나라 우호를 기리기 위해 경기도 가평군이 캐나다 각지에 기증해 온 가평전투 승전비.
다섯 번째 승전비는 캘거리에 세워졌습니다.
[서태원 / 가평군수 : 한국전에서 전사한 캐나다군 전몰자의 희생을 추모하고, 생존해 계신 참전용사 분들께 경의를 표시하기 위함입니다.]
1951년 4월 가평 일대에서 캐나다군 대대가 속한 영연방 제27여단은 치열한 전투 끝에 중공군을 물리쳤고, 이후 휴전의 발판이 됐습니다.
[김재봉 / 가평전투 참전용사 : 전쟁이 아주 심각했는데 캐나다군이 아주 용감하게 그걸 지켜서 서울을 지켰어요.]
재향군인과 한인 사회, 두 나라 정계 인사 등 약 350명이 함께한 가평전투 승전비 제막식.
7시간이 걸려 참석한 노령의 캐나다 참전용사에겐 가평 명예군민증이 전달되고,
[알란 박쇼 / 가평전투 참전용사 : 한국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캐나다 사람들이 준 도움을 존중하고 있죠.]
국군으로 참전했던 동포 어르신들은 한국 정부가 주는 참전유공자 제복을 받았습니다.
[김덕수 / 한국전 참전용사 : 오늘 큰 행사에 참석하게 돼서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잘 준비가 돼서 우리가 많은 감명을 받습니다.]
[이덕흥 / 한국전 참전용사 : 오늘 대단히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가지고서 행사를 만들어서 아주 마음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지한 채 행사에 나온 참전용사들은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을 떠올리며 깊은 감회에 젖습니다.
[알란 박쇼 / 가평전투 참전용사 : 내 나이에 남아있는 참전용사가 많지 않아요. 내가 여기 참석한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을 기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념비까지 생기면 모두에게 더 큰 의미가 될 거예요.]
제막식 이튿날에는 캘거리의 대규모 축제에서 한인 참전용사들이 카퍼레이드를 하며 시민들을 만나려고 했지만 건강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죠.
[구동현 / 캘거리 한인회장 : 건강상의 이유로 오늘 아침에 참가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아서 아쉽지만 오늘은 함께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목숨 걸고 전장을 누비던 청춘의 전우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생존자들도 이처럼 나이가 아흔을 넘겨 거동조차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
잊힌 전쟁이 될지도 모를 안타까움에 캘거리 한인 사회는 아픈 역사와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기 위한 활동을 더욱 소중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참전용사들과 가족을 방문해 위문용품을 전달하고,
차세대를 대상으로 가평전투 퀴즈대회를 열어 입상자에게 상장과 장학금을 주는 등 한국전쟁을 되새기는 각종 행사도 열고 있습니다.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기리는 노력은 밴쿠버 동포 사회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해병대 소대장으로 최전방에서 싸운 이우석 어르신.
6·25 참전유공자회 캐나다 서부지회장으로 10년 넘게 단체를 이끌다가 지금은 고문을 맡고 있는데요.
한때 약 120명에서 절반 아래 규모로 줄어든 참전유공자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명예회원과 준회원을 위촉하고 있습니다.
[이우석 / 6.25 참전유공자회 캐나다 서부지회 전 회장·현 고문 : 우리가 다 떠나더라도 남아있는 우리 자손들과 명예 회원들이 힘을 합쳐서 유공자회라는 이름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바라는 겁니다.]
참전용사 유가족들로 이뤄진 명예회원과 준회원은 책자 발간과 보훈 행사 준비 등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하는데요.
[서정길 / 6.25 참전유공자회 캐나다 서부지회 명예회원 : 정회원님이 연로하시니까 저희가 할 일이 굉장히 많아요. 행정적인 것, 운전이라든가, 주변 정리, 청소, 모든 걸 다 하고 있죠.]
특히, 세상을 떠나는 참전용사들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게 명예로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우석 / 6.25 참전유공자회 캐나다 서부지회 전 회장·현 고문 : 교회나 장례식장 협조해서 관에다가 태극기를 덮어준다든지 식장 양쪽에다가 태극기와 캐나다기를 설치한다든지 기타 필요한 것을 도와드리고 해서 참전용사로서 생을 마치고 가는 마지막 길을 명예롭게….]
새로 임명된 준회원들도 얼마 남지 않은 참전용사들을 가족처럼 모시고 헌신에 보답하겠다며 마음을 다집니다.
[유재호 / 6.25 참전유공자회 캐나다 서부지회 준회원 : 저희가 그 정신을 이어받아서 밴쿠버에서 멋진 6.25 참전용사회를 뒤를 이어받은 준회원들이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자, 양국 수교 60년.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동포 사회는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한국전쟁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각종 기념행사를 여는 등 다양한 노력을 꾸준히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최정한 / 캐나다 국회 입법보좌관 : 어떻게 하든지 참전용사들께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아 마틴 / 캐나다 상원의원 : 학교 통해서도 아이들한테, 학생들한테 한국전에 대해서 가르칠 계획입니다.]
아프지만 잊지 말아야 할 역사,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을 오래도록 기리고 뜻을 받드는 것이야말로 후세들의 가장 중요한 몫이기 때문입니다.
[임웅순 / 주캐나다 한국 대사 : 참전용사분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더 의미 있고 더 크게 행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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